슬픔을 대하는 법(마음속의 작은 등)
규담아,
오늘은 너의 열두 번째 생일이야.
이제 제법 높아졌을 너의 눈높이가, 더 많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겠구나.
그 안엔 설레는 일도 있겠지만, 슬픈 일도 하나둘 생겼을 거야.
아빠가 열두 살이 되었던 해엔
'루사'라는 큰 태풍이 한반도를 덮었단다.
대피하라는 방송이 매번 터져나왔고 우리 가족도 혹시 몰라 대피소로 향했단다. 그곳에서 비에 흠뻑 젖은 아빠를 보고 근처에 사시던 할머니 한 분이 수건을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셨어.
그런데, 그때 산사태가 나서… 할머니는 다시 돌아오시지 못했단다.
아빠는 그때 죽음이란 걸 처음으로 또렷하게 느꼈어.
그리고 처음으로 ‘나 때문인가’ 하는 무거운 생각을 했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알게 되었어.
죽음은 누군가의 탓이 아니라,
삶의 한복판에 함께 있는 것이라는 걸.
규담아,
너도 요즘은 세상이 아주 단순하지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기쁜 일만큼 속상한 일도, 슬픈 일도 생기니까 말이야.
그럴 때는 마음속에 작은 등을 켜놓으렴.
무서운 밤을 지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희미하지만 따뜻한 불빛 하나쯤은
우리 마음속에도 꼭 필요하단다.
사람은 누구나 언젠가는 아파지고,
누구나 언젠가는 누군가를 떠나보내게 돼.
그건 슬프지만, 동시에 우리가 서로에게
더 다정해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해.
규담이도 언젠가 누군가의 등을 떠밀 듯 밀어주는 사람이 되기를,
때로는 누군가의 눈을 닦아줄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아빠는 조용히 바라보고 있어.
그리고 잊지 말아줘.
너는 아빠의 열두 살보다 더 단단하고 따뜻한 아이라는 걸.
그게 아빠에게는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모를 거야.
오늘도 생일 축하해.
따뜻한 봄바람이 너의 어깨 위에 머물기를.
그리고 그 어깨를, 삶이 부드럽게 다독이기를.
언제나처럼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