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의 언덕에 서 있을 너에게
규담아, 생일 축하해.
올해는 너의 열세 번째 봄이구나.
중학교에 가기 전 마지막 봄을 보내고 있겠네.
어쩌면 마음이 붕 뜨고, 어쩌면 몸보다 커진 생각이 너를 조금 복잡하게 만들 수도 있겠다 싶다.
아빠는 네가 좋은 친구들을 만났는지 궁금해.
같이 뛰며 웃을 수 있는 친구, 때론 싸워도 다시 손 내밀 수 있는 그런 친구들 말이야.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단다.
멀리 떨어진 외딴 별에 있는 사람처럼 살 수는 없어.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됨으로써, 처음으로 살아있다고 느끼고 기쁨도 알게 되는 거야.
학교는, 그냥 인생의 통과점일 뿐이야.
너를 증명하거나, 작게 만들 필요는 없는 곳이야.
내가 어릴 때도 학교가 전부처럼 느껴졌지만, 돌아보면 그곳은 인생의 몇 페이지 중 일부였지.
그러니까 무리해서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아도 돼.
넌 네 시간표대로 가면 돼.
가을이 가까워지면 공기부터 달라져.
살갗에 닿는 바람이 다르고, 햇살도 낮아지지.
그럴 때 아빠는 문득 언덕 아래 서 있었던 나 자신을 떠올려.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에 머물러 있던, 막막하고 조바심 가득했던 그때.
그때 난 알았단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건 결국 너무 사랑해서 그 변화가 두려운 거라고.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우린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파도에 흔들리며 자란단다.
규담아, 아빠는 네가 언젠가 아빠와의 기억이 흐릿해지더라도,
‘아버지가 주는 사랑이란 건 자연스레 아는 거구나’ 하고 느낄 수 있기를 바라.
사랑은 기억이 아니라, 너의 하루에 배어 있는 습관처럼 남아있을 거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
무언가를 아끼는 마음,
혼자 울지 않으려는 다짐 같은 것들.
그리고, 불행을 방패로 삼지 말았으면 좋겠어.
아빠도 엄마도 그걸 방패 삼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거든.
우리의 약함은 너에게 쉴 자리가 되었으면 했지, 벽이 되어선 안 된단다.
이름 모를 잡초도 크게 보이던 한낮의 풍경처럼,
그 시절 아빠도 아이였고, 너도 그런 시절을 살고 있어.
그 시절이 지나고, 사람은 더 강해지는 거야.
아빠도 그렇게 버텨왔단다.
규담아, 이제 너는 열세 번째 봄을 살고 있어.
너는 커지고 있고, 세상은 계속 너에게 말 걸고 있단다.
그 속에서 너만의 속도로, 너만의 길을 걸으렴.
다시 한번 생일 축하해.
너를 바라보는 이 봄이 참 따뜻하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