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담아,
오늘은 너의 열 번째 생일이구나.
열 번의 봄을 지나 너는 이제 두 자릿수의 나이를 가지게 되었네.
이제 제법 스스로를 ‘어린이’라고 말할 수 있는 나이,
그리고 아빠가 너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많이 웃게 되는 나이야.
규담이는 혹시 너의 이름이 어떤 뜻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니?
‘규(赳)’는 굳세고 용감하다는 뜻이란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네 발로 꿋꿋하게 걸어 나가는 아이가 되라는 마음을 담았어.
‘담(憺)’은 평온하고 담담하다는 뜻이야.
너 스스로가 평화를 품을 줄 알고, 다른 사람들도 편안하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랐지.
그래서 ‘규담(赳憺)’이라는 이름은
“용감하되, 다른 이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단다.
어쩌면 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그럴 운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너의 태명을 ‘석곡이’라고 불렀단다.
엄마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너의 외증조할머니가 전라남도 곡성군 석곡에 사셨단다.
우리는 종종 외할머니를 모시고 그곳을 찾아뵈었어.
그날도 그랬단다. 외증조할머니께서 아이가 꼭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 바람이 하늘에 닿은 걸까? 곧 너의 존재가 찾아왔어.
그래서 우리는 너를 ‘석곡이’라고 불렀단다.
그 이름을 부를 때마다 생명이 찾아온 그날의 기적을 다시 떠올렸어. 너는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누군가의 사랑과 바람을 품은 아이였단다.
사실 아빠는 너를 김신(金信)이라고 짓고 싶었단다.
아빠가 좋아했던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했고,
믿음을 가진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
하지만 엄마도, 주위 어른들도 너의 이름이
조금 더 특별하고 부드럽기를 바랐단다.
그래서 너는 규담이가 되었어.
이름은 단지 부르는 소리가 아니야.
이름엔 마음이 담기고, 기억이 깃들고, 시간이 쌓인단다.
그 이름을 듣는 사람들의 눈빛 안에 네가 살아가게 돼.
규담아,
네 이름을 스스로 부를 때마다
그 이름이 너에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네가 살아가는 길 위에서
그 이름이 너를 끝까지 지켜주기를 아빠는 바란다.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바람이 되어주는 사람으로 자라가 길 바라고,
그보다 먼저 네 마음부터 늘 편안하고 단단하길 바란다.
아빠는 너를 믿어.
그 믿음은,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모습이든
결코 흐려지지 않을 거야.
오늘도
너의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본다.
규담아,
생일 축하해.
열 번째 봄의 햇살이 너를 부드럽게 감싸주기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