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아름다운 길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

by 네로

별것 아닌 일상이 어느샌가 의미를 품고,

작고 소소한 순간들이 하나둘 모여,

이제는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되어 있더군요.

그땐 정말 아무것도 알 수 없었고,

서툴기만 했던 존재였지만요.


진주를 얻으려면 진흙탕에 빠져야 한다지요

흙탕물 속으로 스스로를 던져야만 건질 수 있는 것들이 있어요.


그 순간엔 몰랐지만,

돌아보면 그곳에서만 길러지는 마음도 있더군요.


사천에서는 가끔 축제가 열립니다. 작은 도시에서 꽤나 많은 축제가 열려요.

저도 시의 녹을 먹고 있는 한 사람으로, 축제 현장에서 일할 때가 많습니다.


한편에서는 NGO 단체들이 후원을 요청하며 이야기를 들려주죠.

모든 단체에 마음을 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이 닿는다면,

가능한 한 계속 후원을 하려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애달프잖아요.


그걸 본 동료들은 저를 말립니다.

"잠깐, 뭘 할 생각이지? 이번 달을 도와줘도 다음 달은 어쩔 건데?"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면,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나아."

"어중간한 참견은 서로에게 상처만 남겨."


맞는 말입니다.

저도 동의해요.


어른이라면… 저도 그냥 지나쳤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말이에요.

어린애는 달라요.

어린애는 행복해야 해요.

신뢰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 사랑받고,

세상과 단절되는 일 없이 자라야 해요.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보자고 마음먹었어요.

좀 더 아끼면,

좀 더 덜 가지면,

어떻게든 되겠지.

어른이 밥을 못 먹으면 그 어른의 몫이지만,

어린아이가 밥을 못 먹는 건 그 아이의 탓이 아니잖아요.


부모가 없다면,

주변의 어른들이 나서야죠.

감사하다며 고개 숙이는 단체사람들을 보며

"저는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람들 편입니다."

조용히, 그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속으로 또 한 번 기도하듯 중얼거립니다.

"전 이제 아무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없이도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보다 더 없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들을 돌봐 주세요.

가난하고 핍박받는 자들을…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자식이 아니던가요.

부디 버림받는 자를 도우소서."


일본의 그룹 SMAP의 세상에 하나뿐인 꽃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은 다들 각기 다른 꽃을 피우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라, 당신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다라고 하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리고 어린것들은 자신만의 꽃을 피울 자격이 있습니다.

가능성은 그 자체로 눈부신 것이고,

그 가능성을 품은 채 세상을 바라보는 어린 존재들은

그저 거기 있다는 이유만으로 소중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마땅히 그 순간들을 지켜내야 합니다.

무너지기 쉬운 그때를, 잊히기 쉬운 그들을.


모든 세계는 각자의 방식으로 존귀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렇기에 누군가는 그 곁에 있어야 합니다.

지켜야 한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바로 그 순간, 그 자리에 있다면

부디 망설이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돕는다면,

누군가에게는 그 손길이 한줄기 빛이 되고 길이 될 테니까요.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그 순간,

그 손을 내가 잡아줄 수 있다는 건

이 삶이 내게 건네준 가장 따뜻한 경험인지도 모릅니다.

그건 마치,

쌉쌀하고 시큼한, 차가운 레몬청 같은 맛이에요.

단순한데도 삼키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그런 맛.

"자원봉사는 아름답다."

수없이 들은, 뻔하고 유치한 말.


그런데 이상하죠.

소방서에서 대체복무를 하던 시절,

어느 소방관이 했던 그 말만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아요.


"아름답게 살아가자."


사실…

당신도 느끼지 않나요?


당신이 아름답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어디선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