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시작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다.
교사로 지내면서 15년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듣는 것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말을 하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하기에 말하는 타이밍을 놓치기 때문이다.
그런 타이밍 미스로 이내 이미 화제는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버려 나의 의견을 말할 기회가 사라진 것.
이런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겪다 보면 말이 진화하지 못하고 퇴행되는 것이다.
듣기가 대화의 시작이라면 아이들은 얼마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참을 수 있을까?
아직 어리기 때문에 한 문장도 말을 하지 않았는데 불쑥 불쑥 자기의 이야기를 쏟아내기도 한다.
사방에 쏟아지는 이야기를 생각의 덩어리와 감정을 난 구멍이 있는 그물로 담는다. 그리고 곧장 언어의 바다로 흘러보낸다.
말하는 내용을 모두 들어야 하는 입장의 나는, 그런 직업을 가졌기에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아 말하는 걸 무조건 들어야 하는가?
남편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난 지금 듣고 싶지 않다고,
이 말은 학교에서 너무 많은 내용의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를 그물로 받은 휴유증이라고나 할까.
동의 없는 무조건적인 듣기는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