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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로메로 Oct 27. 2022

비가 낭만이 되지 않게

누구의 비

태풍이 다음주에 한반도에 상륙한다고 예보하는 소식을 들었는데 예고하듯 오늘 아침 빗소리에 잠이 깼다. 오늘까지 반납해야 하는  책이 있는데 이 비를 뚫고 도서관까지 가야 하는지 망설여진다. 연체를 할까...

4월달 아파트로 이사오기전 비는 외출금지 알림소리 같았다. 하지만 이사오고 나서 비는 비를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낭만이 되었다. 따뜻한 커피와 함께 거실 창에서 처마 앞으로 떨어지는 비를 보고 듣으며 칭찬한다. 힐링이 되는 시간을 주닌깐. 이사 후 알게된 비가 오면 지하주차장까지 걱정없이 갈 수 있다. 평생 살면서 이런 경험을 하다니..40년 동안 느껴보지 못 한 편리함이다. 그래서 안다. 이게 얼마나 편하고 만족감을 주는지 예전에 살던 곳에서는 4층에서 우산을 챙겨 20미터 앞 외부주차장에 타기까지 이미 비는 내 하반신을 스며들고 있다. 


 언제까지 이 고마움이 만족감이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누리고 싶다. 그렇게 비를 뚫고 가는 길에 사고는 두 곳이나 나있었다. 그래서 차가 밀렸고 창밖을 보게 되었다.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는 핑크 비옷을 입은 딸과 큰 우산으로 아이를 씌워주고 있는 엄마의 모습, 비가 오는데 한 손으로 우산을 그리고 한 손으로 자전거를 운전하면서 가시는 할아버지, 비가 오는데 니어커에 종이박스를 반쯤 담으시고 비를 맞으시며 무게는 무겁지 않을 것 같은데 비를 뚫고 니어커를 끌고 가시는 모습이 천근만근으로 힘듦이 다가왔다. 


  문득 떠올랐다. 비를 감상하던 따뜻한 차를 마시던 아침의 나의 모습을 그리고 운전하면서 보게 된 비 속의 사람들을...순간 깨달았다. 비가 낭만이 되지 않게 살아야 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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