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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로메로 Oct 27. 2022

초등교사가 먹는 커피믹스의 온도는?

초등교사는 식은 커피를 마신다.


학년말이다. 사람들은 이쯤 되면 교사들은 방학을 하는데 왜 월급을 받는지에 대한 비난의 기사들이 뜬다.

난 경력 15년 차 월급은 본봉은 370만 원가량이고 각종 수당과 세금을 떼면 330만 원 정도 내 손에 들어온다. 퇴직을 위한 공제회 저금을 20만 원 정도 하고 난 뒤의 월급이다.

매년 월급 인상은 2020년 1.2%, 2021년 1.5%로라고 한다. 물가는 5~6% 로가 상승하고 세금도 더 올랐는데 우리의 월급은 물가 상승률에 비해 마이너스인 것이다. 그런데 방학 중 받는 월급에 대해 불만을 가진다. 방학이 있어 성수기에만 휴가를 간다. 여행비는 항상 최고의 금액으로 소비하게 된다. 주중에 연가를 쓸 수 없다. 담임으로 빠지면 학부모 민원에 동료 교사들에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늘 모든 일은 방학으로 미루어둔다. 방학을 맞이 하기 위해 학기말 학년말 성적처리에 들어간다. 지금이 그 시즌이다. 너무 바쁘다.

오늘의 나의 일과는 아침부터 연락이 온다. 보결 담당이라 오늘 병가를 쓴 선생님의 보결 시간표를 짠다.

학급수가 줄어들어 전담시간 해당하는 담임교사를 찾아 보결을 넣게 된다. 일과 시간이 학년마다 다르고 점심시간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걸 짧은 시간 안에 퍼즐을 맞추듯 짜야한다. 그리고 미리 안내하여 보결로 들어가는 선생님들이 당황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렇게 나의 아침 30분은 흐른다. 아이들은 독서활동을 한다. 분명 생각할 것이다. 우리 선생님 왜 무슨 일이신 거지…


아침 8시 5분에 학교에 와서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고 내 책상을 소독한다. 그리고 여유 있게 메시지 확인 오늘의 시간표를 띄우고 음악을 깔고 독서를 시작하면 학생들이 한 명씩 오기 시작한다. 이게 나의 별다른 일이 없을 때의 모습이다. 그런데 오늘은 커피 한 잔 먹을 시간도 없이 1시간이 흘렀고 1교시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커피 마시는 시간도 없는 나의 하루가 벌써 슬프다. 교실에서는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코로나19로 인해 우유도 밖에서 살짝 마스크를 벗고 창문 앞에서 마신다 절대 교실에서는 마스크를 벗을 수 없기에… 아이들이 있을 때는


1교시부터 5교시까지 수업을 하고 체온 측정 후 급식실로 간다. 가면서 몇 번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한 줄 서기 뛰지 않기 등을 지도한다. 이건 1년 내 내하는 말이다. 그리고 급식소 자리 안내까지 하고 나는 밥을 먹는다. 마지막에 앉아 밥을 먹을 때 맨 처음 받은 아이는 벌써 다 먹고 일어서려고 한다. 오늘의 메뉴는 떡국이었는데 너무 뜨거워서 빨리 먹을 수가 없다. 먹고 있는 데 한 아이가 와서 과일로 나온 방울토마토를 달라고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에서 먹어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또 손으로 가져가는 건 코로나 시국에 좋지 않은 것 같아서 안된다고 손가락으로 엑스 표시를 하였다. 그렇게 3번을 똑같은 말을 하고 동작을 했다. 이쯤 되면 알아서 교실로 가야 하는데 정말 밥 좀 먹자….


오늘도 급식소에는 나와 몇 명의 학생만 남아 있다. 밥을 빨리 먹지 못하는 나는 항상 반은 버리게 된다. 밥을 먹는 게 아니라 흡입한다고 해야 할 것이다. 급식 시간이 30분 정도인데 항상 나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게 올라가서 알림장을 쓰고 나면 10분 정도 앉아 있다가 아이들과 학급회의를 하고 청소 후 하교를 한다. 교실 바닥을 매일 닦는다. 청소 도우미 친구들이 2명 정도 남는데 함께 10분 정도 청소 후 하교한다. 교실 줄 맞추기, 쓰레기 정리, 소독 티슈 채우기 등등 각종 학급 또는 내일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 쓴 물건들을 정리한다. 수요일은 보충수업이 2시간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빈 교실 창문을 닫고 앉으면 3시 20분 정도 1시간 정도 내일 수업 준비를 하고 업무 처리를 한다. 학년말이라 지금은 계속 성적처리 중이다. 4시 30분 퇴근이지만 항상 5시 반에서 6시에 집에 가게 된다. 어제부터 둘째 유치원 방학이라 조퇴를 쓰고 둘째와 놀아주려고 했으나 오늘도 6시에 집에 왔다. 하루가 정신없이 커피 한잔을 따뜻하게 먹지 못 할 만큼 여유가 없다. 왜 나는 초등교사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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