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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동문학가 강인석 Sep 15. 2017

삶과 사랑의 열쇠고리

‘천국보다 아름다운’의 ‘샌드위치’

  ‘죽은 시인의 사회’의 히어로 로빈 윌리엄스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감동 ‘천국보다 아름다운(1998)’은 삶에서 출발해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랑의 이야기이다. 살아있음을 가장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인 ‘사랑’이 죽음 이후에까지 그 가치를 발하는 것을 확인하며, 사랑의 강렬함에 새삼 감탄하게 되는 작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사랑의 가치를 극대화 시켜주는 영화이다. 죽음도, 천국도 두 사람의 사랑보다 우선되지는 않는다. 


 죽음보다 강한 사랑

 그 속에서 만나는 샌드위치 
 

  이 생사를 넘나드는 감동 스토리 속에도 음식이 있다. 죽음 이후의 세계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음식이 등장하는 장면은 거의 없지만 유일하게 언급되는 단어가 ‘샌드위치’이다. 두 주인공 크리스(로빈 윌리암스)와 애니(아나벨라 시오라)가 이국땅 스위스의 한 호숫가에서 만나 처음으로 인연이 맺어질 때 등장하는 샌드위치. 그가 앉아있는 언덕으로 그녀가 다가올 때 바구니에 담아온 샌드위치는 그녀의 위트 속 '스위스 원주민들에게 구슬을 주고 그 값으로 받아온 답례품'이다. 

그녀가 들고온 저 바구니 안에는 샌드위치가 들어있다. 피크닉처럼 짧고 기분 좋은 삶과 사랑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암시한다. 


   모습도 보여주지 않고 단어만 툭 튀어나왔던 샌드위치는 그리곤 금방 사라져 버린다. 샌드위치의 부재와는 아랑곳없이 영화는 사랑과 삶, 죽음, 가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요리하며 맛깔스럽게 펼쳐진다. 그러다가 영화의 엔딩에 이르러 샌드위치가 다시 등장한다. 모든 갈등이 종결되고, 감동이 밀려온 그 이후, 카타르시스의 느낌만이 남아있을 때에 다시 등장하는 샌드위치는 처음과 달리 ‘단어’가 아닌 음식의 ‘모양’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영화는 크리스와 애니의 운명적인 만남과 사랑, 결혼과 자녀들의 이야기를 ‘삶’이라는 단어 속에 함축하여 아주 짧게 보여준다. 그리고 이후는 온통 죽은 뒤의 이야기다. 두 자녀의 죽음에 이은 크리스의 죽음 이후 삶은 더 이상의 이슈가 아니다. 죽음이라는 미지의 세계와 그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힘, 그리고 가족의 힘을 확인하면서 영화는 매조지된다. 그 위대한 러브스토리에서 샌드위치는 아주 미미하지만 큰 역할을 한다. 

그와 그녀는 사랑하는 두 자녀를 사고로 잃는다. 그리고 그녀는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한다. 


  사랑의 시작,

  짧은 삶도 깊을 수 있는 

     

  샌드위치는 새롭게 시작되는 사랑이 매우 유쾌한 출발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은 아이콘이다. 짧은 삶 이후에 더 길고 아픈 시간들이 있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 속에서 시작되는 사랑은 충분히 가치 있다. 짧지만 기분 좋고 행복한 피크닉 바구니에 담겨있을 것 같은 샌드위치는 간편하지만 먹기 좋은 음식이다. 준비하기도, 보관하기도, 먹기도 간편한 샌드위치는 피크닉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 중 하나이다. 

 영화에서 크리스와 애니가 처음 만났을 때 등장하는 샌드위치는 피크닉처럼 짧지만 강렬한 둘의 삶과 사랑의 시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영화 속 그들의 삶은 짧다. 하지만 그 짧은 삶이 누구도 떼어놓을 수 없는, 죽음조차도 막아설 수 없는 강렬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만들어 낸다. 샌드위치로 시작하는 피크닉처럼 짧은 삶이지만 그들의 사랑은 깊다. 스위스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피크닉은 푸른 잔디밭에서 샌드위치를 나눠먹어도 즐거운 것처럼 충분히 즐겁고 행복했다. 영화 전체를 감싸는'죽음'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도 아름다워질 수 있는 것 역시 그들의 짧은 삶이 강렬했기 때문이다.

결국 천국에서의 영원이 아니라, 다시 만날 보장도 없지만, 다시 태어나 서로 만날 것을 선택한 두 사람. 이번에도 두 사람은 호숫가에서 샌드위치와 함께 만난다.

  영화의 시작에서 샌드위치가 두 사람의 사랑을 열어주는 역할을 한다면, 크리스와 애니가 모든 갈등을 해소하고, 다시 새로운 삶을 선택했을 때 샌드위치는 다시 한번 그 둘의 인연을 열어준다. 어린 꼬마 둘이 만나서 나누는 샌드위치는 그들의 삶이 아무리 짧고, 이후에 만나게 될 죽음 이후가 힘들고 어렵다 할지라도 사랑이 있기에 피크닉 떠나듯이 떠나 볼만한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설정이 아닐까. 사랑이 주는 행복은 짧고, 이후 받게 되는 고통은 기나긴 어둠의 터널과도 같지만, 그들은 그 짧은 행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생에서 다시 사랑과 인연을 만들어가는 크리스와 애니, 두 사람을 다시 시작하게 해 주는 샌드위치다. 천국에서의 영원을 버리고, 새로운 생을 선택한 것은 짧아도 깊은 사랑의 힘을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의 고리 역할을 한다. 꼬마 애니의 손에서 꼬마 크리스의 손으로 전달되는 샌드위치는 그 사랑의 시작이다.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이  포개질 때

     

  사랑은 두 사람이 만나고 그 두 사람의 삶이 포개져 아름다운 가치를 만들어 낸다. 사랑이 천국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서로 따로 존재하던 두 개의 삶이 하나로 포개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특별한 것 없어도 함께 한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마주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은 모든 것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하며 천국보다 아름다운 천국을 만들어 낸다. 그래서 크리스와 애니는 천국이 아닌 다시 태어나는 삶을 선택한다. 

  애니의 샌드위치. 두 장의 빵이 포개져서 하나로 완성되는 샌드위치가 두 개의 삶이 포개지는 사랑과 닮았다고 말해도 억지는 아닐 것이다. 빵과 빵이 다양한 선택물들을 사이에 두고 포개지듯이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이 포개질 때 영화가 시작되었고, 사랑이 시작되었고, 천국이 시작되었다. 


  첫 만남에서 “내가 여기 있는지 어떻게 알았소?”라고 크리스가 물었고, 다시 태어나기 전에는 애니가 “당신을 어떻게 찾죠?”라고 묻는다. 샌드위치가 그 답이다. 그리고 그들은 두 번이나 호수에서 만났다. 피크닉처럼.  [영화가 맛있다/강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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