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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는

작년이 훌쩍 떠나주어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올해는 더 빛날거니까요


평범한 일상이지만, 단단하게 뿌리를 잡았고 소소한것들에 흔들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본가에서 모셔온 열 세살 강아지 똘이와 함께 일상을 나누고 있고,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누군가와 다정하게 하루하루를 일구고 있습니다. 2018년은 17년과 크게 다르지 못해 힘에 부치는 흔들림이 많았고 소속과 관계의 변화도 많았습니다. 긍정적인건, 2019년의 스스로는 더 단단해지고 (빼박)서른이로서 정돈된 자아와 차분함을 얻을 수 있을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감입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아끼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고, 옆에 나타난 반짝반짝 원석같은 사람과 대부분이 따뜻한 시간을 나누었으면 합니다. 


올해는 꽤 괜찮은 곳에서 꽤 괜찮은 직장 생활을 할 수 있게 노력하고, 건강에 조금 더 집중해보려 합니다. 영혼이 육신을 지배한다는 말을 믿어왔지만, 초보 요기니로 몇달 운동을 하고 나니 신체와 영혼은 서로의 밸런스를 맞춰가며 성장하는 듯 합니다. 몸 담은 러닝크루에서 꾸준히 단련을 해 마라톤도 나가볼까 해요. 직장 생활을 시작하는대로 바로 요가도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비워내기에 이렇게 좋은 운동이 없더라구요. 2018년 가장 잘 한 선택의 두 번째는 요가를 시작한 것입니다. (아, 첫 번째 잘한 일은 퇴사입니다)

또, 조금 아스라한 목표다만 올해부터는 소설을 써 볼 예정입니다. 겉멋 없이 소박한 글로 훌륭한 에세이를 쓸 용기가 없어, 더 어려운 소설의 세계로 나아갑니다. 습작이야 매우 형편없을테지만 누구나 그랬을테니 주눅들거나 쉽게 포기해보지 않으려구요. 


12월 마지막 주, 진보적이라고 소문난 모 기업의 면접관은 막 도착해 코트의 찬 기운이 채 가시지도 않은 제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00님이 가장 좋아하는 건 뭘까요?' 1분 자기소개와 전 직장에서의 업무 브리핑만 달달 외워둔 제게는 놀라운 질문이 아닐 수 없었지요.  두 번째 놀란 점은, 제가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 지 바로 생각할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슬프게도 뻔하디 뻔하게 '음악'을 좋아한다는 답변을 했고, 물론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빈야사 요가, 5km 러닝, 김훈 작가의 소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의 사운드트랙, 온갖 장르의 드라마, 브라질 커피, 조롱과 풍자 가득하면서 판은 크게 깔지 않은 영화, 낡고 오래된 도시의 좁은 골목길 여행. 좋아하는 게 넓고 많고 얕지만, 이런 얕고 넓은 범위를 조금은 깎고 날을 세워보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 저에 대해 물어봤을 때 얕고 넓은 사람이 아니라 좀 더 깊은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스스로의 염원입니다. 


19년의 마지막 날 이 글을 다시 보게 된다면 많은 일을 해낸 제게 뿌듯함을 줄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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