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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잡지의 사생활>

켜켜한 연륜, 아직 새파란 열정 그 중앙에 선 한 에디터가 돌아본 업



매거진 에스콰이어의 전 에디터, 작가 박찬용씨의 <잡지의 사생활> 

업계 이사람 저사람을 만나며 흘리듯 들던 생각이었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모든 직업에 결이 닿아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동시대 최고의 희딱한 물건과 이슈와 콘텐츠를 모아 잘 차려놓은 한 접시를 내놓는 에디터들은 오탈자 하나, 주동목이 맞지 않는 문장 한 줄, 화보 속 삐져나온 머리카락 하나, 아티클의 카피, 기사의 인디자인까지 모든 요소를 신경 쇠약에 걸릴 듯 예민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리하야 박찬용씨가 말하듯 대다수의 에디터들은 지병 하나쯤은 있다 하는데 놀랍게도 주변의 말을 들어 보면 정말 그렇다. 듣기에 꽤나 무서운 병들도 그들에겐 생에 한번 감기처럼 찾아온다고 하나 이렇게 힘든 여건에도 그들은 제 역할 위에 굳건히 존재한다. 

실제로 그렇다. 내가 만나본 모든 에디터들은 이달 지면에 실을 꼭지에 대해 집요하게 취재하고, 거진 전문가가 될 만큼의 지식을 바이라인 위에 켜켜이 쌓는다. 어쩌면 매체 특성으로 그들은 '에디터'라 불리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들은 예술인이자 크리에이터이자 직장인이자 언론인, 즉 지면에 콘텐츠를 싣는 PD와 같다. 

마케팅이라는 업의 모양 또한 그들과 많이 닮았음을 느낀다. 브릿지 역할의 에이전시와 비주얼을 만드는 제작사, 믹스를 짜는 광고사. 그리고 기획의 방향을 최종 결정하는 사장(국장?), 그 사이에 중심을 잡아 뿌리를 내리고 유연하게 바람에 부대끼는 마케터. 


아무튼 우리는 뭔가 좋은 걸 만들고 싶은 거겠죠.


마지막 에필로그에 그는 선후배 동료 에디터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던 크루, 기꺼이 예산을 지출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광고주에게까지 한 마디의 감사를 전하는데, 그 말씨가 참 정답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 다른 입장차와 주장에 환멸이 들 때, 그럴 때마다 한번씩 되뇌여보기에 좋은 따뜻한 말이다. 경험을 가진 모두가 에세이스트가 되는 요즘 때에 오랫동안 가까이 두고 읽고 싶은 좋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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