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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름없는 자 Oct 11. 2022

그래서 캐주얼 게임이 뭔데?

흡연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배불뚝이 아저씨들이 있다. 나이는 적게 잡아도 50은 되어보인다. 이 사람들은 게임을 할까. 놀랍게도 자료에 따르면 둘 중 한 명은 그렇다. 그만큼 게임은 급속도로 대중화되었다. 직접 콘솔이나 게이밍 PC를 구입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지만,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조차 스마트폰으로 게임 하나 정도는 건드려보는 시대가 되었다.


출처 - 2020년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이용자실태조사

연령별 게임 이용 비율

10대 : 91.5%
20대 : 85.1%
30대 : 74.0%
40대 : 76.6%
50대 : 56.8%
60대 : 35.0%

안타깝게도, 현세대 모바일 게임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 곱지는 않다. 노골적인 BM(Business Model)과 최소한의 플레이 과정만을 남긴 모바일 가챠 게임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플레이어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모바일 게임계의 대세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들은 다음과 같다. 각종 성적 대상화로 도배된 캐릭터 게임들부터 시작하여 육성 파트를 제외하고 플레이 메커니즘을 전부 자동으로 돌려버린 방치형 게임, 플레이어 간 극한의 경쟁을 유발하여 엄청난 돈을 쏟아붓게 만드는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이 그것이다. 이 게임들의 공통점은 기존 비디오(디지털) 게임의 형식을 지극히 단순화시켜 아이템 수집과 캐릭터 뽑기에만 치중하게 만들었고, 모바일 게임계의 사행성을 극대화시킨 주범으로 취급받는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키타산 블랙


물론 천장 시스템이나 일일 결제 한도 제한 등을 도입하여 사행성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고는 있지만, 실효성이 높지는 않다. 천장을 쳐도 100%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뽑아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키타산 블랙이라는 캐릭터는 이 게임을 하기 위한 필수 캐릭터로 뽑힌다. 이 캐릭터를 뽑기 위해 천장까지 뽑기를 한 플레이어들이 굉장히 많은 이유다. 하지만 같은 픽업 기간에 동봉된 사토노 다이아몬드라는 캐릭터를 뽑게 되면 지금까지 쌓아온 천장 스택은 초기화가 되어버리며 1천장을 치기 위해 결제해야 하는 60만원어치의 서포터 캐릭 뽑기를 진행해도 키타산 블랙이라는 원하는 캐릭터 하나를 뽑지 못하게 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이 캐릭터 하나를 풀돌하려면 한 달 월급 정도는 우습다.


본 책은 이러한 현세대 '캐주얼 게임'으로 취급받는 현세대 모바일 게임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아이템 수집과 캐릭터 뽑기에만 열광하는 게임들 말고도 할만한 모바일 게임은 없을까. 숏폼 콘텐츠로서 짧은 시간 동안 플레이할 수 있으면서도 충실한 게임 플레이 메커니즘을 갖춘 캐주얼 게임들, 그런 게임들을 찾아보고 소개하고자 하는 게 이 책의 기획 의도가 되겠다.


본 연재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명토박아둘 부분이 있다. 위 소개에는 현세대 모바일 가챠 게임들을 전부 캐주얼 게임인 마냥 언급했지만,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위에 있는 게임들 전부를 캐주얼 게임으로 치부하기에는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학술 서적이 아니다. 그렇기에 현 세대 모바일 가챠 게임을 뭉뚱그려 캐주얼 게임으로 치부하는 건 그저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이고, 나 역시 편의상 그렇게 구분을 했을 뿐이다. 정확히는 캐주얼 게임이라기보다는 캐주얼 게임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류의 어떤 게임에 가까울 것이다. 본 책에서 소개하는 게임들도 정말 학술적으로 엄밀하게 '캐주얼 게임'으로 구분될 수 있다기보다는 현 세대 캐주얼 게임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부 모바일 가챠 게임들에 대한 대안적 게임들에 가깝다. 따라서 학술적 엄밀함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독자분들의 양해를 구한다.


예스퍼 율의 캐주얼 게임


그럼에도 본 책에서 선정한 캐주얼 게임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본다. 본 책이 표류하지 않고 하나의 방향성을 추구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체 그놈의 '캐주얼 게임'이 뭘까. 캐주얼 게임이라는 용어는 흔히 하드코어 게임에 대비되는 용어로 사용된다. 그렇다면 하드코어 게임은 무엇이며 이 둘을 가르는 기준이 존재하는가. 둘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았으나 다행히 시중에 길잡이가 되어줄만한 책이 하나 있었다. <하프 리얼>의 저자로 비디오 게임이라는 매체에 대해 훌륭한 통찰을 보여준 예스퍼 율각1)의 또 다른 책이었다. 이 책의 기준에서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빼서 나만의 기준을 세웠다. 그 기준은 다음과 같다.


출처는 디스이즈게임. 슈퍼마리오 오딧세이(좌)와 둠 이터널(우)


첫 번째 기준은 남녀노소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소재를 사용했느냐다. 가령 닌텐도의 슈퍼마리오와 이드 소프트웨어의 둠을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슈퍼마리오는 남녀노소 누구나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아트 스타일을 지녔다면, 피가 터지고 악마들이 썰리는 고어한 묘사가 가득찬 둠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물론 아트 스타일 역시도 각자의 취향이 있기 마련이지만(슈퍼 마리오를 아트 스타일만 보고 '애들이나 하는 게임' 정도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듯이), 사회 통념상 받아들일 수 있는 선과 그렇지 않은 선은 구분하기 쉬운 법이다. 필자 역시 너무나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묘사가 들어간 게임들은 소개할 게임 목록에서 제외할 생각이다. 과도한 성적 대상화가 들어간 게임들도 마찬가지로 본 연재의 대상에는 속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게임에 접근하기가 얼마나 편하느냐다. 우선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별도의 기기를 구입해야 하느냐, 마느냐에서부터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규칙, 알아보기 쉬운 인터페이스, 각종 플레이어 편의를 봐주는 편의기능, 적은 배경지식 등.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익숙해지기 쉽게 만드는 모든 게임 내외적 기능 등과 관련이 깊다. 위 기준에 따르면 닌텐도 게임들은 대다수 캐주얼 게임이 될 수 없기 때문에(닌텐도 게임들은 상당수가 전용 게임기를 필요로 한다), 필수 요소로 구분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본 연재에서 필자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접근하여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을 선정하고자 하기 때문에 전용 게임기를 구입해야 하는 닌텐도 게임들은 소개에서 제외할 생각이다. 되도록 스마트폰으로 플레이 가능한 게임들 위주로 선정할 것이고, 만약 스마트폰으로 플레이할 수 없는 게임이라면 따로 이유를 첨부해둘 예정이다.


앞서 기기의 측면에서 접근했으니, 장르적 측면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게임으로는 어떤 게임이 있을까? 당장 생각나는 건 격투 게임이다. 비단 프레임 데이터와 딜레이 캐치 같은 숙련자의 영역이 아니더라도, 실전에서 제대로 데미지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캐릭터가 상황에 따라 구사할 수 있는 콤보를 익혀야 한다. 기본적인 게임의 조작 난이도는 모든 게임 장르를 통틀어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준이다. 트레이닝 모드를 키고 열심히 연습하지 않으면 PVP에서 제대로 플레이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격투게임이 결코 캐주얼한 게임이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패스파인더와 같은 CRPG는 어떨까.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 메뉴얼(룰북)만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 필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고 하지만 감안하더라도 숙지해야 할 요소가 너무나도 많다. 문명과 같은 4X 게임 같은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게임들은 접근성이 매우 나쁜 게임에 속한다. 게임의 깊이와 별개로 일정 수준 이상의 진입장벽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캐주얼 게임이 누구나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전제를 유지한다면,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흔히들 말하지 않는가. 이지 투 런, 하드 투 마스터(Easy to learn, hard to master)라고. 본 연재에서 소개하는 게임들도 이런 기준에 부합한다.


세 번째, 게임에 대한 시간 소비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게임을 중단하고 나서 게임을 재시작하는 게 얼마나 용이한지에 관해서다. 남녀노소 누구나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이 넘쳐나는 건 아니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 학생같은 경우 따로 게임을 플레이할 시간을 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이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며 일을 하는 동안 짬짬이 시간을 낼 수 있을 정도다. 업무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 순수하게 게임에 투자할 수 있는 여가시간은 3시간을 넘기기 어렵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모토를 가진 캐주얼 게임이라면 플레이 타임은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짧은 플레이 시간을 요구하는 캐주얼 게임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다. 캐주얼 게임에서 시간 소비는 반드시 들어가야 할 필수 요소다.


네 번째, 난이도와 벌칙. 사실 난이도 측면은 생각해볼 여지가 많다. 캐주얼 게임은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할 수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본 책의 저자인 예스퍼 율조차 연구에서 밝혔듯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캐주얼 플레이어든, 하드코어 플레이어든 간에 게임 난이도에 대해서는 나름 유연한 태도를 보이곤 한다. 연구에서 밝혀진 바로는 오히려 너무 쉬운 게임들은 재미 없다고 생각하는 캐주얼 플레이어들도 많았다. 난이도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는 꽤나 다른 결과다. 게임에 대한 숙련도나 재능 역시도 플레이어마다 제각각 다른 편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캐주얼 게임의 필수 요소로 뽑기에는 논란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장르는 다르지만, 슈퍼 마리오와 GTA를 비교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사실 슈퍼 마리오의 구작들은 겉으로 보이는 비주얼과 다르게 상당히 도전적인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반면 GTA 5의 스토리 미션은 어느 정도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누구나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의 무난한 난이도를 갖추고 있다. 아무리 난이도가 주관적인 요소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두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본 사람들이라면 대다수 슈퍼 마리오가 GTA보다 어렵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슈퍼 마리오를 캐주얼 게임으로 여기는 반면, GTA는 하드코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위 사례에서 비추어볼 때 난이도를 캐주얼 게임의 필수 요소로 받아들이는 건 무리한 측면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몇 가지 의문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첫째, 앞서 언급한 '소재'도 주관성이 강하기에 비슷하게 따져볼 여지가 있지 않은가. 맞는 말이다. 하지만 단박에 눈에 들어오는 소재와 달리 난이도는 한 번에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차이가 있으며, 플레이어의 실력에 따라 게임의 난이도는 천차만별로 달라진다는 점도 다르다. 둘째, 난이도를 캐주얼 게임의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말대로라면, 혹여나 캐주얼하게 즐기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게임만 소개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갖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전혀 그럴 생각은 없다. 난이도에 신경쓰지 않고 게임을 선정하겠다는 말은 쉬운 게임이든 어려운 게임이든 골고루 소개하겠다는 말일 뿐, 게임의 깊이감을 이유로 어려운 게임만을 소개하겠다는 말이 절대로 아니다. 이번에 연재하는 글들을 읽다보면, 제법 플레이어의 실력을 요구하는 캐주얼 게임도 있지만, 아무 생각 없이 플레이해도 가능하다는 캐주얼 게임의 '통념'에 부합하는 게임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벌칙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다수의 클래식 로그라이크(해금 요소가 존재하는 '트'와는 다르다)나 고전 게임들이 캐주얼 게임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난이도보다도 이 벌칙에 있다. 죽으면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게 무너져버리는 클래식 로그라이크나, 죽은 곳에서 굉장히 멀리 있는 세이브 포인트에서 되살아나는 고전 게임들은 난이도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게임이 '실패'했을 때 내리는 벌칙이 타 게임들에 비해 매우 가혹한 편이다. 게임에서 실패는 중요한 요소이며 게임의 전략적인 면모를 강화한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캐주얼 플레이어 다수가 게임의 가혹한 벌칙을 쉽사리 받아들이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가 본문에서 소개하는 게임들도 벌칙 자체는 가볍게 설계된 게임들 위주로 선정해볼 예정이다.


본 연재는 게임을 소개하는 글이면서 동시에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떠오르는 상념에 대해 적는 글이다. 수기가 될 수도 있고, 에세이가 될 수도 있으며, 단순 리뷰가 될 수도 있다.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글을 쓰는게 목표다. 다만 이 글은 하나의 '책'이고 책을 쓰려면 책 전체를 관통하는 최소한의 틀은 있어야 하기에 서론에 본 글의 취지와 기준을 설정해둘 뿐이다.


각1) 제스퍼 주울과 동일인물이다.


용어 및 개념 설명

풀돌 - 게임 내에서 동일한 카드를 합쳐 한계돌파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의 경우, 특정 서포트 카드를 처음 뽑으면 0돌 또는 명함 상태라 하며, 이후 해당 서포트 카드와 동일한 카드를 다시 뽑아 합치면 1돌이 된다. 돌파 상태는 최대 4돌까지 있으며, 4돌을 하는 경우를 풀 한계 돌파라 하여 줄여서 풀돌이라 부른다. 여기서 풀돌에 필요한 동일 카드수는 총 5장이다.

프레임 데이터 - 대전 액션 게임 내의 캐릭터가 가진 기술들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이다. 다른 말로는 프레임표라고도 한다. 기술이 얼마나 빠르고, 얼마나 지속되며, 거두는 시간이 얼마나 되고 맞거나 막히면 어떻게 되는지 정확하게 프레임단위로 표시되어 있으며, 여기에 이 기술이 무슨 판정인지(하단, 중단, 상단, 잡기, 장풍), 무적이 있다면 무적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여기에 대미지와 스턴치, 캔슬유무까지 표시하기도 하고 매우 정성이 들어가 있는 프레임표는 히트박스까지 담겨있는 등 거의 공략 수준으로 진화하기도 한다.

딜레이 캐치 - 대전 격투 게임의 용어. 격투 게임에서 상대방이 기술 사용 후 조작이 불가능한 시간 내에 공격을 명중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문헌

Jesper Juul, 이정엽, 2012, 『캐주얼 게임 - 비디오 게임과 플레이어의 재창조』, 커뮤니케이션북스.

https://www.kocca.kr/kocca/bbs/view/B0000147/1842858.do?searchCnd=&searchWrd=&cateTp1=&cateTp2=&useAt=&menuNo=204153&categorys=0&subcate=0&cateCode=&type=&instNo=0&questionTp=&uf_Setting=&recovery=&option1=&option2=&year=&categoryCOM062=&categoryCOM063=&categoryCOM208=&categoryInst=&morePage=&delCode=0&qtp=&pageIndex=1

https://www.thisisgame.com/webzine/news/nboard/263/?category=1&n=103066

https://www.thisisgame.com/webzine/game/nboard/16/?n=76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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