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성 : PC, ios, android 모두 가능, 간단한 규칙으로 인해 접근성은 좋은 편
시간 소비 및 중단 가능성 : 도중에 중단할 수는 없지만 게임 자체가 무척 짧음(스테이지 하나 당 1분)
체감 난이도와 벌칙 : 난이도는 높음, 벌칙은 가벼움
//
첫인상은 좋지 않았다. 중앙에 보이는 육각형, 삼각형 모양의 플레이어 캐릭터, 기하학적 기호로 가득한 인게임 화면과 플레이는 최신 기술을 적용한 AAA급 게임에 비해 너무나도 단순하기만 했다. 정말 이런 단순한 게임이 좋은 게임일까. 의문을 가지고 게임을 켰다. 규칙은 간단했다. 가운데에 존재하는 도형으로 다가오는 기호들을 피해 '60초'만 버티면 게임 클리어다. 누군가 그랬던가. 좋은 캐주얼 게임은 어린아이든, 옆집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든 간에 한 번 해보면 바로 규칙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던데.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조작도 편하다. 키보드에서 왼쪽과 오른쪽 방향키만 있으면 게임 플레이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금세 플레이를 마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산이었다. 가장 쉬운 헥사곤 난이도조차 'hard'표시가 되어있는 걸 보고 눈치챘어야 했다. 처음 스테이지를 시작했을 때는 느리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플레이를 해보니 체감 속도는 의외로 빨랐던 것이다. 게임오버 - 어게인 - 게임오버 - 어게인 메시지의 반복.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추 게임의 얼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게임은 좁혀오는 기하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정확하게 움직여 대처하는 방식의 액션 게임이었다. 음악이 나오길래 처음에는 리듬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나 리듬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듬에 따라 캐릭터를 움직인다고 해도 무수히 다가오는 도형의 파도를 피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번째 난이도인 헥사고너에서 가장 애먹었던 패턴
게임의 패턴에 적응하면서 두 번째 난이도인 헥사고너까지는 제법 게임 오버를 당하긴 했어도 벽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첫 스테이지는 2시간 이내에 클리어를 해냈다. 패턴을 파악하기는 쉬웠지만, 동체시력과 컨트롤이 부족한 나로서는 이 정도가 최선이었던 것 같다. 헥사고너에서는 조금 더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특정 패턴 하나에 고전했는데, 위 사진에서 보이는 기호의 좁은 틈새를 정확하게 좌우로 이동해가며 피해야 했다. << >> << >> 이런 식으로. 익숙하지 않아서 수없이 죽다가 패턴에 익숙해질 때쯤 클리어에 성공했다.
처음 벽을 느낀 건 헥사고니스트 난이도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게임의 난이도는 갑자기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기호들이 움직이는 속도가 헥사고너와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만큼 빨라졌기 때문이었다. 스팀 클리어 비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2단계 헥사고너의 클리어 비율은 24.2%, 3단계는 10.2%. 사실상 이 게임은 3단계부터 본모습을 드러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2단계까지는 패턴 암기와 대처만으로 클리어할 수 있었다면, 3단계부터는 일정 수준의 동체시력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32.47초, 20.13초, 8.11초... 나는 수없이 도전했지만 클리어를 하기 위한 조건인 1분을 버티지 못했다. 1분이 이렇게 길 수도 있다는 걸 이 게임에서 처음 깨달았다.
필자가 60초를 앞두고 죽었던 패턴(당시 찍어둔 스크린샷이 없어서 이걸로 대체)
도전한 지 4시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점점 패턴이 눈과 손에 익어가기 시작했다. 끝이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단계인 45초를 지나 50초를 넘겼다. 조금씩 식은땀이 났다. 51, 52... 56초가 지나가던 찰나, 위 스크린샷의 패턴이 나왔다. 날로 먹는 패턴이었다. 평소라면 타이밍에 맞춰서 오른쪽으로 피하기만 하면 되는 패턴일 뿐이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시점도 잠시였다.
게임 오버.
내레이션의 음성이 들렀다.
거짓말 치지 마라. 난 분명히 방향키를 눌렀단 말이다. 아니 어 이게 무슨...
빠직.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굉음이 들렸다.
물론 이 정도로 세게 치지는 않았다
다행히 위 짤만큼 키보드가 박살이 나진 않았다. 겉으로 봤을 때는 멀쩡했다. 다행이었다. 곧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느낌이 좋지 않았다. 키보드 방향키를 눌렀을 때 반응이 예전 같지 않았다. 일단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며 무시하고 게임을 진행했다. 위화감은 점점 커졌다. 불안은 점점 확신이 되었다. 아뿔싸. 정말로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키보드를 세게 누른 것 같지는 않았는데 말이지(물론 개인적인 체감일 뿐이다). 살짝 패닉에 빠졌다. 키보드를 몇 번 만져보다가 화가 난 나머지 게임을 x같이 유기... 는 농담이고, 집에 예비용 키보드가 하나 더 있어서 새로 키보드를 달기는 했다. 오기가 생겼다. 이대로 게임에 굴복할 수는 없었다. 1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60초만 버티면 끝난다. 클리어할 때까지 무한 트라이에 돌입했다. 결국, 깼다. 순간 쾌감에 젖었다가 그다음 하이퍼 난이도가 개방되는 걸 보고 짜게 식었다. 아직 멀었구나라고. 그 뒤로 상위 난이도인 하이퍼 헥사곤과 헥사고너까지는 클리어에 성공했지만, 아직까지 최고 난이도는 클리어를 하지 못했다. 동체시력과 순발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클리어는 먼 훗날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혹여나 예비용 키보드마저 날려먹을 수는 없지 않나.
언젠가는 엔딩을 볼 수 있....겠지?
우여곡절 끝에 첫 번째 캐주얼 게임이었던 슈퍼 헥사곤 플레이를 마쳤다. 슈퍼 헥사곤은 분명 단순한 게임이다. 하지만 단순하면서도 쫄리는 맛이 있다고 해야 되나. 1분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반복해서 도전하게 만드는 중독성이 있다. 무엇보다 1분을 버텨내었을 때의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다 보니 쾌감도 크다. 이 게임은 그저 빠르게 반응하여 다가오는 기하를 피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며 게임은 순차적으로 패턴들을 학습시킨다. 빠르게 몰아치는 난관들 속에서 플레이어는 다시 한번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헥사고니스트랑 하이퍼 헥사고니스트에서 갑자기 난이도가 확 뛰는 등 난이도 곡선이 조금 일정하지 않다는 단점은 있지만, 아주 사소한 단점일 뿐이다. 모바일로 게임할 수 있고, 아트 워크 측면에서 호불호가 갈릴 요소도 없으며 한 판당 게임 플레이 타임은 1분도 채 지나지 않는다. 직장, 학교에서 잠깐 짬 날 때마다 게임을 켜고 플레이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꼭 이 글을 보는 독자들도 슈퍼 헥사곤을 다운로드하여 1분 버티기를 해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