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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짐머가 선사하는 귀호강 OST

한스 짐머의 OST는 언제나 옳다.

by 예또


졸업 사진찍는 한국 여고생같은 포즈의 한스 짐머

Hans Zimmer.

1957년 독일 출신의 작곡가, 음악 프로듀서.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라고 읽어야 할지 한스 치머라고 읽어야 할지 언제나 헷갈린다. (구글 검색에서는 한스 치머로 나온다.) 한국에서는 한스 짐머라고 읽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에 나은 것 같아 이 글에서는 한스 짐머라고 부는 것으로 한다.


아마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스 짐머의 OST를 알았었든 몰랐었든 수없이 들었을 것이다. 나 역시 영화 <인셉션> 을 여러 번 정주행 하면서 OST가 너무 좋아 작곡가를 찾아봤던 것이 한스 짐머와의 (일방적인) 첫 만남이었다. 그러고는 한스 짐머의 필모그래피를 보며 많이 놀랐다.


아니 이 영화까지 한스 짐머의 음악이었어?


사실 한스 짐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의 좋은 케미로,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영화 음악 프로듀서다. '크리스토퍼 놀란'하면 떠오르는 영화들이 무엇이 있는가. 인터스텔라? 다크나이트? 인셉션?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대부분은 바로 이 한스 짐머의 음악으로 더 충만해졌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꿈같은 이야, 웅장한 그림 한스 짐머가 선사하는 OST를 통해 진짜 날개를 달 수 있었다.

하지만 한스 짐머는 크리스토퍼 놀란 이전에, 그리고 이후에도 다양한 영화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고맙게도 말이다. 레인 맨, 델마와 루이스, 라이온 킹,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이집트 왕자, 엘도라도, 글래디에이터, 미션 임파서블 2, 한니발, 진주만, 링(미국 버전), 캐리비안의 해적, 라스트 사무라이, 샤크, 마다가스카, 다빈치 코드, 쿵푸 팬더, 셜록 홈즈, 채피, 우먼 인 골드 등. 스토리도 괜찮고 꽤 이름이 알려진 영화만 해도 이 정도다. 정말 다양하지 않은가? 내가 놀란 포인트가 바로 그거다. 크리스토퍼 놀란과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음악들을 듣고 한스 짐머는 항상 강하고 웅장하고 일렉트로닉 한 음악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공포, 액션 등 모든 장르의 음악을 섭렵하며 활동하는 한스 짐머가 정말 대단해 보일 뿐이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소환술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영화 음악이 다른 음악 장르와 특히 차별되는 것은 '영화와 어울리냐'라는 평가 기준이 추가된다는 점이다. 즉 음악이 너무 튀는 바람에 영화를 해쳐서도 안되고, 영화의 스토리 라인과 따로 놀아서도 안된다. 한스 짐머의 음악은 이러한 기준들에서 최소 만점 받는 것을 넘어 소환술을 부린다. 영화를 볼 때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음악만 들었을 때, 영화의 감정선과 장면들이 고스란히 살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듣기만 해도 우주에 있는 것 같은 기분, 4차원에 갇힌 기분, 삭막해진 지구 환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리고 가끔은 음악 덕분에 영화의 인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한스 짐머는 아무리 영화가 못생겼어도, 진한 화장을 덧칠해주는 영화 전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다. 대표적인 예로 일렉트로라는 캐릭터가 등장했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를 들 수 있겠다. 한스 짐머와 퍼렐이 테마곡들을 공동 제작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스파이더맨과 일렉트로의 싸움에 맞춰 나오던 그 강렬했던 음악과 일렉트로의 테마곡이 영화가 끝나고서도 잊히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음악들만 남았다. 스토리는 꽤 실망했는데, 영화가 끝난 직후 음악에 홀려서 평점을 후하게 준 기억이 있다.


아이맥스 관에서 관람한 덕분에, 이 영상의 초반 몇 분 장면에 완전히 넉다운됐다

그리고 한스 짐머는 영화 음악뿐만 아니라 게임 음악 제작자로서도 꽤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게임을 잘 하지 않지만, 이름은 익히 들어 잘 아는 (그리고 코난 쇼 노답 게이머 코너를 통해 접해본) 게임들에 한스 짐머의 음악이 함께 했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크라이시스 2, 어쌔신 크리드,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심지어 작년에는 한국 게임 <블레스>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해 여러 테마곡을 작곡했다. 게임을 한 후에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서 게임 테마곡을 들으면 장면 하나하나 떠오르는 그런 경험은 못하지만, 어쨌든 한스 짐머 답게 음악이 깔끔하게 웅장하니 좋다.


한스 짐머가 작곡한 게임 Bless 의 테마곡


이렇게도 왕성한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 한스 짐머는 사실 59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항상 가장 트렌디하고 유행하는 악기나 기술들을 끌어다가 OST를 제작한다. 신디사이저와 오케스트라를 주로 사용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한스 짐머 이전에는 영화 음악 하면 나에게는 엔리오 모리꼬네라는 음악 감독이 떠오르고는 했다. 전통적인 클래식 악기들로 서정적이고 여리고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엔리오 모리꼬네와는 달리 한스 짐머의 음악은 꽤나 다양하고 강하다. 그는 토속적인 음악을 좋아하면서도 전자 음악을 잘 다룰 줄 아는 기술자, 작곡자다. 그 말인즉슨, 영화의 배경과 상황에 따라 그가 원하는 대로 자연스러운 음악을 흘려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한스 짐머가 가진 능력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은 물론 어른이 되어 다시 봐도 인상 깊었던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경우, 위의 게임 음악이나 스파이더맨 음악과는 전혀 다른, 감상적이고 토속적인 사운드 트랙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인셉션에서는 이렇게, 오케스트라와 일렉 기타가 조화를 이룬다. 언뜻 생각해서는 왠지 안 어울릴 것만 이 조합이, 이제는 이 둘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다.

오케스트라, 피아노 치는 짐머 아저씨, 일렉 기타, 그리고 토템


그리고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이렇게 해학적인 선율도 만나볼 수 있다. 연주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재밌을 수 있는 음악. 듣다 보면 눈 앞에 잭 스패로우가 럼주를 들고 휘청거리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여자 연주자가 굉장히 강렬하고 멋있다. 잭 스패로우의 선원일 것만 같은 상상을 해본다.


마약같은 OST 라이브, 한국에서도 들을 수 있기를


이렇게나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한스 짐머의 음악을 나는 너무나 사랑한다. 멜로디의 적당한 반복과 변주로 영화의 주제를 놓치지 않고 영화의 퀄리티를 한 층 더 높여주는 한스 짐머의 음악을 듣다 보면 왠지 지금이라도 나가 싸워야 하는 히어로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떠나간 배우자를 그리워하며 고통스러워하는 꿈 여행자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거의 마약 같은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한스 짐머의 음악들은 위의 영상들처럼, 라이브 연주회가 꽤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제발, 간절하게, 내가 한국에서 살아있는 한 한 번은 이 나라에 방문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얼마를 주고라도 달려가서 보고 듣고 싶은 심정이다. 항상 유튜브 영상들로 만족해야만 하는 이 배고픔이 언젠가는 현실로 채워지기를 바라며, 이만 끝.



아, 한 가지 추천하자면 시험 기간에 벼락치기를 할 때 내 플레이 리스트에 들어있는 음악은 항상 한스 짐머의 음악이었다. 가사 있는 노래들은 중독이 돼서 자꾸 머릿속에 울리고, 클래식을 들으면 괜히 더 졸음이 몰려오는 그럴 때, 한스 짐머의 음악이 딱이다. 특히 긴박한 음악 (인셉션의 Mombasa 같은)을 들으면 집중해서 빠르게 공부해야 할 때 몰입도가 최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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