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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May 25. 2016

굿 다운로더 캠페인은 어디로 갔나

지속 가능한 캠페인이 되어주세요 

가끔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영화가 보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부터 찾게 될까?


부끄러운 일이지만, 학생일 때는 당장 지갑에 돈이 없어서 토렌트나 여타 사이트를 통해 영화를 불법적으로 다운로드받았었어. 사실 그때에는, 이러한 방법 외에 정당하게 온라인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 없었던 것 같아. 직접 DVD를 빌리거나 하지 않는 이상은 말이야. 지금이야 네이버나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왓챠 플레이나 기타 등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겼지만, 내 얕은 기억에 의하면 인식 부족과 플랫폼 부족의 통합적 결과로 많은 사람들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봤던 것 같아. 


그러던 중에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시작됐었어. 찾아보니까 2011년부터 tv 광고를 시작했다고 하네. 나 역시도 영화관에서 영화가 시작하기 전에 안성기나 수지나 이현우 같은 유명하고 이미지 좋은 연예인들이 나와서 활기차게 '굿 다운로더!'를 외쳤던 장면들을 또렷하게 기억해. 때마침 사회인이 되면서 비슷한 시기부터는 웬만하면 영화는 합법적인 것 같아 보이는 플랫폼에서 영화를 다운받아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기 시작했어. 굿 다운로더에 대해서 더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최소한 '합법적인 영화 감상'에 대한 인지는 심어주었다고 생각해. 이러한 점만으로도 꽤 좋은 평가를 받을만한 괜찮은 캠페인이었어.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요즘은 웬만한 영화들은 쉽게 합법적으로 구할 수 있게 됐지. 정확히 말하자면 굿 다운로더 인증 사이트인지는 확실치 않아도, '돈 내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들이 많아졌고 그런 곳들에서 볼 수 있는 영화들도 꽤 풍부해졌어. 그리고 누가 인증해주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나는 굿 다운로더로 살기 위해 돈을 아끼거나 하지는 않았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내 취미이기도 하고, 미래에 더 좋은 영화를 만나볼 수 있기를 바라는 작은 투자라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최근에 엄청 보고 싶은 영화가 하나 생겼던 적이 있어. 꽤 오래됐지만 명작이라고 하는 <피아니스트의 전설>이라는 영화였어. 정말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네이버에서조차 다운로드할 수 없는 영화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왓챠 플레이랑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도 찾아봤지만 역시나 없었고, 자주 찾지는 않아도 VOD 서비스를 하는 옥수수까지 찾았지만 연달아 허탕이었어. 이렇게 헤매고 나니 더 이상 어떤 합법적인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도 떠오르지 않고 매우 당황스럽더라. 내가 돈 내고라도 보고 싶다는데 도대체가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상황이. 그 와중에 갑자기 한동안 잊고 지내던 굿 다운로더 캠페인이 생각나더라


그래, 여기라면 내가 몰랐던 굿 다운로더 사이트나, 내가 영화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를 검색이라도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부리나케 굿 다운로더 사이트에 검색해서 들어가 봤어. 


그런데, 사이트는 처참하게 버려져있었어


약간, 아니 좀 많이 충격적이었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그렇게 활발하게 광고를 해대던 그 캠페인이 이제는 사이트 주소마저 유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야. 

처참하고 실망스럽다


영화진흥위원회와 영상물보호위원회에서 주최했던 캠페인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사실 캠페인의 마무리를 이렇게 끝내버릴 거라면 시작은 왜 했는가라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캠페인을 한다는 것이, 대중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마저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이 캠페인을 시작한 의도가 '대중들이 합법적인 영화 감상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자'라는 것이었더라면, 이렇게 마무리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 도리어 이 캠페인이 그냥 명목적이고 피상적인 하나의 행사였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캠페인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굿 다운로더'가 되려고 스스로나마 노력했던 과거가 배신당한 느낌이 들더라고.


비용이 문제였던 거라면, 그냥 사이트만이라도 유지하면서 대중들이 굿 다운로더 인증 사이트들을 확인이라도 할 수 있게라도 했어야 해. 그 이상으로 정말 진심으로 대중들이 '합법적인 영화 감상'을 하길 바랐다면, 이렇게 단기간에 끝내는 캠페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굿 다운로드' 인증마크를 좀 더 잘 활용해서 나같이 합법적인 다운로드를 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도록 독려를 했어야 하고. 더불어 아래의 '캠페인'의 정의처럼, 캠페인은 '지속적으로 행하는 운동'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캠페인이라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더 나아가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가 감상하기를 원하는 영화를 어떤 굿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지, 아니면 최소한 이 영화는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정보라도 알려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심지어 왓챠같은 작은 서비스에서도, 영화를 검색하면 그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몇 개의 플랫폼을 옵션으로 알려주고 있는데. 도대체 왜 영화진흥위원회처럼 큰 조직에서 행해지는 캠페인이, 이런 작은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걸까? 정말 영화인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막고 싶다면, 왜 사람들이 불법 다운로드를 하는지를 파악하고 그 사람들이 합법적인 다운로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가야만 하는 거잖아? 지금 상황은 도리어 굿 다운로더들에게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는 상황일 뿐이야. 


분명히 내가 모르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그런 의견들에 의해서 결정된 캠페인의 시작과 끝이겠지.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캠페인을 벌일 거라면, 좀 더 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해줬으면 좋겠어. 저렇게 버려진 사이트를 본 내가 받은 충격감은, 그냥 굿 다운로더 캠페인에게서만 받은 충격이 아니었어. 캠페인을 주최한 조직들에 대한 실망, 결국 좋은 의도로 벌여졌다고 생각했던 모든 캠페인들이 사실 단순한 이벤트에 불과했던 건가 라는 의문, 그리고 가장 큰 것은 그 캠페인들을 믿었던 사람으로서 느끼는 배신감이었어. 


국가에서 하는 일이든 회사에서 하는 일이든, 돈과 시간과 사람들의 노력이 희생되는 일들이라면, 그만큼의 가치와 의미를 충분히 다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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