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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Jun 11. 2016

재즈는 우울함의 주파수다

쳇 베이커를 그린 <본투비블루>를 보고

지난 연휴를 앞두고 습관처럼 영화관 애플리케이션에 들어가서 개봉할 영화 소식들을 찾아봤다. 아무리 스크롤을 해도 개봉 예정 영화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영화들 대부분이 영화관 광고나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통해 어디선가 들어본 제목들이다. 하지만 내가 리스트에서 찾기를 기대하는 '보석 같은 영화는' 그런 영화들은 아니다. 아직 아무도 모르는, 그 어떤 입소문도 나지 않은, 그래서 그 누구보다도 내가 순수하게 평가할 수 있는 영화들이야말로 나의 보석, 큰 기쁨이 된다. 그리고 <본투비블루> 포스터를 본 순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매를 질러버렸다. 음악 특히나 재즈를 다루는 영화라는 점과 더불어, 주연인 에단 호크, 메인 캐릭터인 재즈 아티스트 쳇 베이커, 왠지 모르게 매력적인 포스터 분위기 등은 이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더해줬다.

에단호크의 젊어보이는 모습

모르고 예약을 하고 보니, 개봉일에 앞서 큐레이터의 설명을 곁들여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프리미엄 시사회 같은 거였다. 누구보다도 먼저 영화를 봤다는 쾌감은 이 영화를 내가 편애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큐레이터의 설명 덕분에 영화의 뒷얘기들이나 특정 장면들이 보여준 감독의 재치 등을 다시 떠올리는 좋은 기회도 얻었다. 다 제쳐놓고 결론만 말하자면, 영화를 보고 거의 일주일째가 다돼가는데, 아직도 쳇 베이커의 'My Funny Valentine'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특히나 이렇게 글을 쓰는 밤에는 이토록 우울한 재즈 감성이 안 어울리려야 안 어울릴 수가 없는 것이다.


영화 속 쳇 베이커의 삶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 곡의 재즈다. 재즈가 발산하는 특유의 우울한 느낌처럼 쳇 베이커는 제목과 같이 '선천적으로 우울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연주하는 트럼펫, 그의 음악, 그의 삶은 왠지 모르게 보는 사람의 마음 한편에 우울함의 씨앗을 살짝 뿌려둔다. 영화가 끝난 후에 그 우울함의 씨앗이 자라날지, 부는 바람에 날려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나는 전자에 속하나 보다.


영화를 본 이후부터 쳇 베이커라는 인물이 머릿속에 들어앉아서
쉴 새 없이 마약을 하고 트럼펫을 불고 노래를 한다.



#1 에단 호크


이 영화에게 가장 큰 생명력을 부여한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배우 에단 호크라고 할 수 있다. <비포 선라이즈> 등의 비포 시리즈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에게 에단 호크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로맨틱하고 아름다운 유럽의 청년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는 아니다. 오히려 <죽은 시인의 사회>의 어린 소년부터 시작해서, <가타카>의 청년, <타임 패러독스>의 중년의 인상을 통해 고뇌나 우울감있는 한 '인간'으로 보인다. 그런 그이기에, 쳇 베이커라는 비극적이고 우울한 천재 아티스트의 모습이 아무 이질감없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던 것 같다.


멋지다 그냥 멋지다


실제로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와 꽤나 질긴 인연을 가지고 있다. 이미 15년 전쯤 쳇 베이커와 관련된 영화를 준비하다가 제작비 문제로 무산됐던 적이 있기 때문에, 그는 이미 쳇 베이커라는 인물에 대한 이해력도 뛰어났고 애정 역시 갖고 있었다. 그리고 15년이 지난 지금, 영화 속 쳇 베이커의 나이와 비슷해진 에단 호크는 그 어떤 배우들 보다도 이 역할에 꼭 맞는 배우가 됐다. 여러 인터뷰를 보면 그 역시도 이러한 인연을 굉장히 신기하고 즐겁게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에단 호크는 쳇 베이커의 영혼까지도 연기해내겠다는 일념 하에 촬영을 진행했고, 연기만으로 쳇 베이커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고 훌륭하게 전달해냈다.


더군다나 영화에 나오는 모든 트럼펫 연주 장면은 대역을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촬영했다고 한다. 수개월을 연습하여 쳇 베이커의 핑거링을 모두 익혔다. 물론 트럼펫이라는 악기가 많은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어려운 악기인 탓에 실제 연주까지는 불가능했지만, 그의 손짓 하나하나는 트럼펫과 재즈를 사랑하는 연주가의 열정과 간절함을 담아냈다.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그의 연주 장면이 나오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쳇 베이커가 치아를 잃고 트럼펫을 못 부는 장면들에서는 실제로 에단 호크가 트럼펫을 불며 촬영했다고 한다.


노래는 모두 에단 호크가 직접 불렀다. 이를 위해 보컬 수업도 들었다고 한다. 쳇 베이커는 엄청난 기교나 성량을 가진 보컬리스트는 아니지만 '트럼펫을 연주하듯 노래를 불렀다'고 에단 호크는 말한다. 연기를 위해 수도 없이 쳇 베이커의 흔적을 되짚어봤다는 에단 호크의 노래 역시, 소박하고 잔잔하지만 울림을 지니고 있다. 쳇 베이커가 음악과 소통하는 방식을 재현해내려고 애썼다고 한다.


(왼쪽은 실제 쳇 베이커의 모습, 오른쪽은 에단 호크가 연기한 모습. 왠지 얼굴까지도 닮아 보인다.)


몇몇 인터뷰들을 보면 에단 호크가 얼마나 쳇 베이커를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는 거의 쳇 베이커에 대한 모든 이야기와 인터뷰들을 찾아본 듯하다. 그러한 에단 호크가 꼽은 '쳇 베이커의 최고의 한마디' 역시 재미있다. 소문에 의하면 윈튼 마살리스라는 다른 트럼펫 연주가가 쳇 베이커에 대한 안 좋은 얘기를 했었고, 누군가가 쳇 베이커에게 윈튼의 말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을 때 쳇 베이커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내가 윈튼 마살리스처럼 연주할 수 있다면, 나는 연주를 안 할 거야'. 에단 호크는 이러한 당찬 태도가 너무나 맘에 들었다고 한다. 쳇 베이커의 이런 자신감과 약간은 거만한 태도가 에단 호크로 하여금 그를 사랑하게 했나 보다.




#2 쳇 베이커


모든 영화는 관객들의 집중과 감정의 움직임 끌어낼만한 '특별한 스토리'를 필요로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영화들이 자극적이거나 감동적이거나 아주 웃기거나 슬픈 가상의 이야기들을 만들고 가공해내고 영상으로 표현하고는 한다. 그래야만 관객들은 감독이 이끄는 대로 울고 웃고 행복해한다.

자알 생겼다


이러한 면에서 <본투비 블루>는 아주 흥미로운 케이스다. 전기 영화라는 특성과 덧붙인 가상의 이야기들로 인해 풍겨져 나오는 영화의 분위기는, 흘러나오는 재즈들만큼이나 매혹적이다. 쳇 베이커의 삶 자체가 영화를 위해 지어낸 마냥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 아닌 얘기들 역시 많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인 것도 알쏭달쏭한 매력이다. 마약에 절어 살았던, 사고로 치아를 잃고 트럼펫을 불기 힘들었던, 결국 마약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잘생긴 외모와 훌륭한 재즈 실력을 갖춘 우울한 아티스트였던 쳇 베이커는 진짜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여인 제인이나 쳇 베이커 자신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에 출연하는 설정들은 모두 거짓이다.


이런 설정에 대해, 많은 인터뷰어들이 에단 호크와 감독 로버트 뷔드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왜 쳇 베이커의 진짜 삶만을 표현하지 않고, 굳이 존재하지도 않는 인물과 스토리를 넣었는가? 이 영화는 쳇 베이커의 전기 영화가 아닌가?' 이러한 질문에 에단 호크와 로버트 뷔드로는 당당하게 말한다. 이 영화는 전기라기보다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쳇 베이커의 이미지'를 그린 것일 뿐이라고 말이다. 실제로 쳇 베이커가 자신의 삶과 마약, 음악에 대한 인터뷰를 여럿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인터뷰마다 내용이 일치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덕분에(?) 감독은 오히려 자유롭게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쳇 베이커의 모습을 가감 없이 그려낸 것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쳇 베이커 자신조차 몰랐던 그의 삶이 영화 이야기 구성에도 영향을 줬다고 할 수 있다.

재즈계의 제임스딘, 쿨재즈의 왕자로 소개되고는 했던 쳇 베이커

쳇 베이커의 삶에 대해, 그래도 잠깐 살펴보자면 이렇다. 그는 1929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태어났다. 프로 음악인이었던 아버지는 쳇 베이커의 음악적 재능을 미리 알아보고 트럼펫을 그에게 선물했다. 그렇다고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던 것 같다. 세계 대공황으로 인해 음악 활동을 반강제적으로 접은 아버지였기 때문에, 평생 음악인들에 대한 자격지심이나 열등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러한 화는 아들과 아내에 대한 욕설로 뒤바뀌어 뱉어졌다. 영화에서도 쳇 베이커의 아버지는 다정하고 든든한 아버지의 모습이라기보다는, 왠지 뒤틀리고 화가 나있는 불안한 모습이다.


다시 쳇 베이커로 돌아오자면, 그는 어렸을 때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아 앞니 하나가 빠졌다고 한다. 이러한 점이 큰 핸디캡이 되었지만, 뛰어난 재능과 흥미로 실력을 키워나갔다. 이미 대학생 때부터 대마초에 손을 댄 그는, 골초 수준의 마약쟁이가 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트럼펫은 놓지 않고 이런저런 세션에 참여하거나 공연은 계속했는데, 그러던 중 재즈의 한 장르인 '비밥' 재즈의 조상과도 같은 찰리 파커와 협연할 기회를 얻으면서 서서히 주목을 받는다. 그 이후로 그의 리즈 시절 동안, 각종 재즈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동시에 그는 더 심각한 대마초 중독자가 된다. 재밌는 사실은, 그를 유명 아티스트 반열에 오르게 해 준 찰리 파커가 쳇 베이커에게 찾아와 대마초를 살 돈을 빌려가는 일화도 있었다고 한다. 대마초 덕분에 그는 수감되기도 여러 번, 슬슬 몰락의 길을 걷는다. 공연보다는 대마초를 피는 일이 삶의 중심을 차지했다. 미국에 싫증을 느낀 쳇 베이커는 유럽 투어도 시작했는데, 그동안 마약으로 인해 무려 네 국가에서 추방을 당했다고 한다.


이미 여기까지만 해도 엄청난 굴곡을 가진 삶이라는 것이 분명히 드러난다. 그렇지만 영화가 시작되는 시점처럼, 쳇 베이커에게 가장 큰 위기가 된 것은 아무래도 마약상의 폭력으로 대부분의 치아를 잃어버린 사건이었다. 사실 이마저도 쳇 베이커의 증언이 매번 다르고, 심지어는 자작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하여튼 이 일로 연주자로서 큰 위기를 맞은 것은 사실이다. 그 이후로 이런저런 사건들로 인해 쳇 베이커의 인기와 삶은 점차 하락세를 탄다. 결국 그는 심각한 마약 중독으로 인해 59세의 나이로 호텔방에서 추락하여 사망한다. 이 추락마저 자살인지 타살인지, 마약으로 인한 정신 착란 때문인지 알 수 없다.


50대의 쳇 베이커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면서, 쳇 베이커의 삶에서 <본투비 블루>이 다루는 시기는, 극히 잠깐임을 새삼 느낀다. 더불어 영화가 다룬 그의 우울한 삶은 그의 크나큰 삶의 파도 여럿 중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의 얼굴은 마약으로 인해 50대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변해버렸고, 끝은 초라해졌다. 하지만 그가 남긴 음악들과 우여곡절 많은 삶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다. 물론 많은 경우 음악보다는 그의 범죄나 각종 사건사고들에 대한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지고는 하지만, 어쨌든 흑인 중심의 재즈 역사에 자신의 목소리와 연주로 이름을 남긴 백인 뮤지션이라는 점에서도 그는 충분히 인상적인 뮤지션으로 많은 이들에게 기억된다.



#3 재즈


재즈를 빼놓고는 이 영화를 이야기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는 3곡 정도의 노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Born to be blue>, 영화의 포스터나 트레일러에도 자주 등장한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영화 속 쳇 베이커의 재기의 시작점이 됐던 노래이자 에단 호크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 <My funny valentine>이다.

I guess I'm luckier than some folks
I've known the thrill of loving you
but that alone is more
than I was created for
'cause I was born to be blue
- Born to be blue 가사 중

<Born to be blue>는 영화 속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큰 의미를 지닌 곡이다. 본성이 우울했던 쳇 베이커의 삶을 가리키는 듯한 제목, 그 제목답게 우울하지만 몽롱한 아름다움을 지녔다. 영화 속에서, 쳇 베이커가 'Born to be blue를 들려드리겠습니다'라고 곡을 소개하자마자 영화는 끝난다. 영화 이후의 시점부터 다시 마약에 절어 몰락한 삶을 살아갈 스스로를 소개하는 듯해 기억에 남는 엔딩이다. 이 곡은 1946년에 쓰여서 1965년 쳇 베이커의 앨범에도 수록된 적이 있다. 이 외에도 엘라 피츠제랄드, 레이 찰스(영화 <Ray>도 참 좋았던 기억이 난다) 등도 부른 적 있는 Jazz standards의 중 하나다.

Born to be blue - Chet Baker


So please forgive this helpless haze I'm in
I've reallly never been in love before
-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가사 중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은 첫 소절만 들어도 익숙한 노래다. 특히나 영화 소개 영상이나 포스터에서 에단 호크가 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자신을 믿고 결혼해 준 제인을 향해 사랑하는 눈빛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이 장면은 행복하지만은 않다.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떠나는 제인을 곁눈질하지만, 그는 제인을 잡을 수 있는 자격을 스스로 박탈했기에 그녀를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다. 영화 중 가장 우울하고 씁쓸한 장면에 불러지는 이 사랑 노래가 왠지 마음이 아팠다. 이 노래는 1950년에 공개된 노래는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불려지고 연주됐지만, 쳇 베이커가 부른 버전은 특히나 더 주목받고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에단 호크가 부른 영화 속 버전도 절절하고 아름다우니 둘 다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Ethan Hawke
I've never been in love before - Chect Baker
My funny Valentine, sweet comic Valentine
You make me smile with my heart
Your looks are laughable
Unphotographable
Yet you're my favorite work of art
- My funny valentine 가사 중  


마지막으로 <My Funny Valentine> 역시 1937년에 세상에 공개된 이후로 수많은 재즈 뮤지션들의 선택을 받은 Jazz standars 중 하나이다. 쳇 베이커, 마일즈 데이비스, 빌 에반스 등을 포함하여 무려 1300개의 앨범, 600명의 뮤지션에 의해 연주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에서 에단 호크가 부른 노래 중에서 가장 애절하고 인상적이었던 곡이다. 드디어 재즈 무대로 복귀할 수도 있는 기회가 오느냐 아니면 좌절되느냐 하는 순간, 사랑하는 여자 제인을 바라보며 아기가 걸음마 떼듯 조심스럽고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에단 호크의 모습과 목소리는 그만큼 매력적이었다. 영화를 본 이후 가장 많이 반복해 들은 곡이기도 하다. 우울하고 또 우울한 멜로디가 심금을 울렸다. 쳇 베이커가 젊었을 적 앞니 하나 빠진 그 모습으로 이 노래를 부른 영상이 있어서 봤는데, 그가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는지 이해가 갈 정도다.

(아쉽게도 일부가 잘린)My funny valentine - Ethan Hawke


흔치 않은 라이브 영상. My funny valentine - Chet Baker




지금 같았으면 쳇 베이커의 빠진 이빨 몇 개쯤은 며칠 만에 뚝딱뚝딱 채워 넣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의 마약 중독을 도와줄 수십 명의 기획사 직원들이 그를 선한 길로 인도했을 것이다. 그의 음악은 유튜브와 SNS를 타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더 많은 돈을 벌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고 편한 세상에는 존재할 수 없는 우울함, 음악에 대한 간절함, 험난한 삶이 풍기는 분위기는 쳇 베이커의 삶은 망쳤더라도 그의 음악의 매력과 완성도를 더했다.


그의 삶은 위인전이나 존경받을 인물 목록에 새겨질 그런 삶은 아니다. 이 영화도 그의 삶을 영웅처럼 혹은 위인처럼 그리려 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사랑했고 또 기억하는 쳇 베이커라는 인물을 다시 한 번 대중들에게 소개한다. 이러한 과정을 에단 호크의 연기와 쳇 베이커가 남긴 음악들이 더욱 수월하게 해주었고, 나는 그 대중들의 한 명으로서 쳇 베이커의 음악을 수도 없이 듣고 있다.


그를 사랑할지, 사랑하지 않을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의 연주와 목소리만큼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울하게 태어난 쳇 베이커, 지독한 삶이었지만 그의 음악은 달콤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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