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라든 난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나우유씨미 시리즈에 대한 평가는 정말 극과 극을 달린다. 물론 곡성만큼 찬양과 욕설을 오가는 건 아니지만,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시리즈 중 하나다. 그 기준에 대해서는... 글쎄 잘 모르겠다. 일단 스토리텔링이나 시나리오의 개연성에 예민한 사람들은 이 시리즈를 좋아할 이유는 딱히 없을 것이다. 애초에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만들어진 영화도 아닐뿐더러, 등장인물들은 쇼를 하기 위한 캐릭터들이지 인간의 고뇌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하는 건 아니다. 휘황찬란한 마술쇼를 보여주는 게 목적인 영화에서, 마술사들 각각의 인간적인 아픔을 언급할 이유도 딱히 없지 않은가.
굳이 따지자면 정통 파스타보다는 매콤한 불닭볶음면 같은 느낌일 것이다. 건강에 안 좋을 것이라는 사실이 혀에 닿는 순간부터 느껴지지만, 강렬한 자극과 쾌감은 어쨌든 당장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 나우유씨미2를 보면서도 오묘하게 앞뒤 안 맞고 뒤틀린 이야기 구성에, 지금 이렇게 영화 찬양글을 쓰는 나조차도 고개를 갸우뚱하기 십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통 이야기 중심의 영화들이라면 한 문제의 답을 구하기 위해 그 답을 향하는 길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깨우침을 얻으면서, 이 답이 답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킨다. 그런 스토리를 기대하고 갔다면, 즉 마술 하나하나의 의미와 가능성과 필연성을 찾고자 했다면, 이 영화는 그냥 아주 꽝 중의 꽝일 것이다. (프레스티지 같은 영화가 오히려 답이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나우유씨미2의 목적지는 처음부터 이런 영화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나우유씨미2의 장르에는 '미국'과 '범죄'라는 글자가 또렷하게 박혀있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장르는 어쨌든 '마술쇼'다. 마술쇼 외의 이야기들은 쇼를 열기 위한 무대를 설치하는 것에 불과하다. 까놓고 말해서 어느 누가 유명 가수 콘서트에 가서 조명의 색감과 무대의 적당한 높이에 주목하며 감동받고 오겠는가. 중요한 건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퍼포먼스'다.
어쨌든 각설하고, 나우유씨미2의 (아주 극단적으로 주관적인) 찬양 포인트들에 대해 소개한다.
제시 아이젠버그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화 소셜 네트워크를 떠올릴 것이다. 맞다. 마크 주커버그 역을 연기한 정신없어 뵈던 곱슬머리 배우가 바로 제시 아이젠버그다. 실제로 여기저기 인터뷰하는 모습이나 코난 쇼에 출연한 모습 등을 보면 역시 정신없어 보이기는 매한가지다. 말하는 속도도 굉장히 빠른 편이고, 사고관도 독특하다. 하여튼 제시 아이젠버그는 소셜 네트워크 외에도 로마 위드 러브, 나우유씨미1, 배트맨 대 슈퍼맨, 더블 등에 출연하며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왔다.
거의 항상 '어라 머리가 좀 기네'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곱슬기의 약간 긴 머리를 하고 다녔던 그가, 이번 영화에서 극도로 짧은 머리를 하게 된 것은 아주 칭찬해주고 싶은 점 중에 하나다. 딜런(마크 러팔로) 대신 호스맨의 리더 역할을 잠깐 맡는 역할 때문에 자른 건지, 짧은 머리 덕분에 나우유씨미1보다 좀 진중하고 성장한 모습의 다니엘 아틀라스(줄여서 대니)가 됐다. 덕분에 그가 펼치는 마술들은 정말 '장난 아니어' 보인다. 특히 비를 멈추는 마술 할 때 내 심장도 같이 멎는 줄 알았다. 또한 그가 펼친 연기 역시 이전 시리즈보다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진짜 마술사 같은 손짓과 몸짓, 독특한 생김새와 눈빛에서 발산되는 사기꾼 냄새 같은 것들이 조화를 이뤄, 호스맨의 능력 있는 실질 리더의 멋진 포스를 뿜어냈다.
이번 시리즈에서 또 하나 주목할만한 점은 여자 배우가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나우유씨미1에서의 여자 호스맨은 아일라 피셔라는 배우였는데, 정말 죄송스럽게도 거의 기억이 안 난다. 개성 넘치는 마술사들이 모인 호스맨에서 가장 개성 없는 역할이었던 것 같다. (아니면 사기꾼 같지 않은 예쁜 외모 때문인가?...) 하지만 이번 나우유씨미2에서의 여자 호스맨은 존재감 빵빵할뿐더러 기존 남자 호스맨들 못지않은 뚜렷한 캐릭터로 관객들을 웃기는 역할을 자처했다. 예쁘고 섹시한 마술사 역할이었다면 이전 여자 호스맨처럼 기억에서 스러져갔을 터인데, 되려 팀에서 엽기와 오버, 뻔뻔한 모습을 담당하며 머릿속에 '리지 캐플런'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음 시리즈가 나올지 어쩔지 모르겠지만 계속 함께면 재밌겠다 싶다. 룰라라는 그녀의 캐릭터가 하도 말이 많은 역할이라 오히려 대니의 수다쟁이 이미지가 진중한 이미지로 변해 보였을 정도.
아마 대부분의 관객들이 나우유씨미2에서 연출한 장면들에 눈 돌아가며 생각했을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연출을 한 거야'
그리고 당연하게, 'CG겠지'하며 쉬운 답을 내리고 별 거 아닌 것처럼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CG가 아닌 장면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칩을 숨긴 카드를 수색당하는 와중에 몰래 빼돌리는 장면은, 옷 속으로 카드가 들어가는 장면 외에 대부분이 실제 배우들의 손을 통해 연출됐다. 심지어 존 추 감독은 촬영 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마술사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매직 캠프에 주연 배우들을 보내 마술 교육을 받도록 했다. 그래선지 현실감이 더해진 이 씬들은, 카드 한 장을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숨통을 조일만큼 긴장감을 더했다.
내가 가장 인상 깊었던 마술인 비를 멈추고 움직이는 마술은 사실 촬영 현장의 한계에 의해 CG로 연출됐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우유씨미2 관계자에 의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마술들은 모두 실제로 가능한 것들이다. 데이비드 카퍼필드가 이미 고증을 거쳤다고 한다. 이러한 마술들을 눈앞에서 보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 거의 기적을 본 것 같은 기분이지 않을까. 종교인이라도 될 지경이다. 영상으로만 봐도 이렇게 강렬한 감정을 느꼈으니 말이다.
하여간 비를 멈추고 춤추게 하는 장면은, 내가 그동안 여러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여러 감정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정말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이 장면만 영화관에서 1시간 동안 무한 반복해준다고 해도 나는 기꺼이 표값을 낼 의향이 있다. 그게 안 되는 바람에 작은 휴대폰 화면을 통해 같은 트레일러를 계속해서 돌려 보고 있는 지금이 통탄스러울 따름이다.
나우유씨미1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요소들은 마크 러팔로의 역할과 또 하나, 바로 OST였다. 작곡가 브라이언 타일러는 하버드를 졸업한 수재로, 게임 음악과 영화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실력자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뭔가 공통점이 보인다. 서정적이거나 잔잔한 장르는 거의 없다. 아쉽게도 그의 실력에 비해 꽤 오랜 기간 동안 작품 운이 별로 없었다. 최근 들어 토르, 아이언맨, 어벤저스, 나우유씨미 등의 OST를 작업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나우유씨미의 OST의 핵심은 드럼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교묘하게 엇박을 치는 것도 그렇고, 판타지스러운 멜로디 라인에 비해 드럼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 근데 그게 또 더 음악의 마법 같은 느낌을 증폭시킨다. 음악 설명하기는 언제나 참 어렵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OST만 들어도 그들이 런던에서 펼쳤던 환상적인 마술쇼들과 조명들, 두근거리는 설렘이 다시 느껴질 거라고 장담한다.
내가 이처럼 장황하게 영화를 찬양하고 수많은 혹평에도 영화를 감싸고 나서는 이유는, 그냥 단순한 영화의 기준으로 봐서는 분명 많은 사람들이 실망하고 고개를 저으며 극장을 나올 것이 뻔한 까닭이다. 작은 바람은, 관객들이 영화를 보러 객석에 앉는 것이 아니라, 콘서트를 보러, 마술쇼를 보러 가는 설렘을 안고 영화관을 찾았으면 하는 것이다. 이건 아니다 싶다가도, 후반부에 등장하는 그들의 거대한 마술쇼에 현혹되고 나면, 이상하게 다시 보고 싶어 지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게 바로 나우유씨미2라는 영화가 관객들에게 건 진짜 마술이다.
* 참고자료
https://namu.wiki/w/%EB%B8%8C%EB%9D%BC%EC%9D%B4%EC%96%B8%20%ED%83%80%EC%9D%BC%EB%9F%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