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살뫼(공룡을 품다)

- 대청봉(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에서)

by 갈대의 철학

살뫼(공룡을 품다)

- 대청봉(설악산 공룡능선 종주에서)

詩. 갈대의 철학



대청봉,


늘 푸른 기운을 간직한 1,707.9m

봄 자락의 기운을 간직하기도 전에

여름을 맞이하고

안개 낀 능선을 어느덧 지나오다 보니

절색 가인 황진이도 부러워하며

꺾이지 않는 구절초야

남원 춘향이의 고운 맵시 입은

치맛자락의 끝 선율에도 느낄 수 있는

내 고운 선율 가락에 나부끼어라

그만큼의 여름의 열정이 식어가는

익히 가을 단장으로 치장을 여 메는구나


아침 이슬을 머금기 전에 오색 단풍보다

더 고운 일곱 가지 무지개를 넘나들며

칠색 단풍이 물들기 전에 하얀 꽃가루를 뿌리 듯

설원의 평원을 이룬다.

계절의 끝자락에선

지워지지 않는 낙서는

지나온 발자취의 지남철에 각인되며

새벽을 등에 업고 우리는 다시 행진을 한다.


백두대간 설악 아

삼천리 오천 만년을 어찌하며 기다리며 이어왔느냐?

내 그렇다면 내가 가지지 못했던

너 만의 정기를 불어다오

큰 형님의 위엄 있는 목소리로

옛 명성의 천둥 지하를 호령하는 백두야


소백 죽령의 산하를 거느리며

기꺼이 너의 자리를 잊으려 하느냐

태백의 기상을 두려워하는 것이냐

너에 대한 믿음이 나를 여기까지 불러왔나니,

더 이상의 갈림길의 기로에 서있지 못하도록

시험에도 들지 말도록 하여라

이미 너는 민족의 아픔과 사랑을 치유해 왔나니,

더 이상의 네 눈물이 마르지 않도록

천지가 눈물 되어 흘러 바다로 잇도록 해주려무나


너의 대한 나의 무한한 애정과 열정은

천지가 쏟아진다고 해도 식지 않을 것이요

너에 대한 나의 무한한 감동과 희망은

흐르다 마는 작은 샘 길 따라 흘러

너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호태왕비에 비할 테냐


구름은 중청을 피해 대청을 넘지 못하고 있다.

바람의 예감은 일출을 그다지 의식하지도 않은 채

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의연하게

주변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진정으로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의

두 선의 교차점이 안겨다 주는 묘미는

실로 태양이 밤새 고민한 흔적이 자욱하


꿈에서 깨어라

그리고 그 꿈을 향해 노 저어 가라

어제 간 밤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이 꿈인들 어떠하리

세속에 묻혀 온들 어떠하리

모두가 지나가고,

떠나오고,

떠나가며,

남지 않는다 하여 잊을 수 있는

저 대청이 부르는

창공의 허공이 있지 않으냐 말이다


그 뜨거움의 열기의 도가니를 느껴보아라

그 순간은 어느 누구도, 그 어떠한 일들도

내게는 네게 있어 그저

수평선 저 끝에 일엽편주의 돛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에게 있어 너는 오래된 먼지이며

쌀 한 톨의 되새김질도 되지 않는


오르다 지치면 가다 서다 반복할 수 있지 않으냐

그러나 너는 한 번의 용트림으로

시야에 가려지지 않는 불초의 벽을 뚫는 힘을 지녔다

너의 용솟음에야 비할 데가 없지만은

그래도 나는 너를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커다랗고 싱싱한 두 어깨와 다리와

너에 대한 뜨거움에도 녹지 않는 강심장을 가졌다


보라 너에 대한 붉은 기운은

천지신명께서 태초에 나를 창조하였을 때처럼

그 놀라움은 어느덧 예고된견이 되고 말았다


너를 보기 위해

동트는 새벽녘의 찬바람과 칼바람을 뒤로한 채

앞만 보고 올랐던 기억의 부끄러움이 앞선다

너는 언제 어디서든지

가야 할 곳과 머물 곳이 있으면

가지 않는다 하였지만,


동해의 푸른 기운과

대청의 청운과

하늘의 푸른 기운을 늘 품고 다니는 너는

청학의 푸른 기상을 달았


떠오르다 퍼져가는 너의 광명의 시작은

오로지 주변의 의식을 고려하지 않는 처사이지만

너로 하여금 그 품에 안겨다 주는 것이

악마의 서사시 보다 더 붉기 때문이


한참을 내 곁에서 멀지 않고

한참을 너의 곁에서 울지 않으며

한참을 우리는 바라만 보았

그저 하늘과 맞닿은 곳이 어디냐고


떠오름은 금세 사라지며

시작의 끝은 영원하지 않는다


형장에 사라진 굵은 빗줄기의 세례처럼

그들 또한 운해 속에서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순간이 마치

나의 차례인 것처럼 하는 너에 대한 나의 전유물처럼


그렇게 몰입의 순간은 영원하지 않으며

너에 대한 갈망이 짙을수록 허망만 더해 간


2015년 8월 3일~8일 4일 1박 2일 설악산 종주길에서

- 한계령-대청-중청-소청-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소공원 종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