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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r 22. 2019

그대에게서 봄 냄새가 난다

- 그대에게 서면 시인이 되어간다

그대에게서 봄 냄새가 난다

- 그대에게 서면 시인이 되어간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봄을 찾아 떠나온 길목에 서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갑니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걱정과 염려가 없길 바라는

정초 없는 이 발길을 돌리지 못한 채

예전에 그대가 있음 직한 그 길가를 배회하면서


이름 모를 피어난 꽃들과

기로에 선 이름 없는 꽃들과

영혼이 메말라 버린 꽃들과

가는 이의 슬픔을 위로해 주는 꽃들과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들과

언제 필지도 모르는 꽃들과 인사하며

그들과 함께 노래를 불러본즉 합니다


영원불멸의 사랑인

산수유가 피어날 때면 

그대 사랑도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황진이 보다 더 고결하고 순결한 마음을 지닌

벚꽃이  피어나면

그대 마음에 찔려 상처 난

하얀 찔레꽃이 더 순수하게 피어나고

그대 마음에 멍든 가슴도 아물어가는 줄 알았답니다


당신의 무관심과 외로움을 달래주는

꽃다지  꽃이

그대 오는 언덕 위에 피어날 때면


떠나간 그대 마음 노랗게 수놓은 작은 동산에서

멀리서 바라보면 노란 안개꽃이오

가까이서 바라보면

그동안 못다 한 사랑에 물오른

호수 위에 피어오른 물안개처럼

노란 안개꽃이 만개되어 피어오릅니다


그대와의 진실한 사랑도 피어날 거라

작은 햇살 아래 비친 바위 밑에는

해마다 어김없이

제가 좋아했던 보라색 오랑캐꽃이 피어나고


언제나 그대와 거닐던

금대리 50리 길 트래킹 그 골목을 거닐 때면

늘 한자리

한마음으로 지켜온 그 자리에는

해마다 내 마음을 노랗게 수놓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게 영춘화가 피어납니다


봄의 교향곡을 울려 주는 그대들이 있어

그 마음을  함께 노래하니


늘 봄의 언덕을 지키는 파수꾼 마냥

먼 산 바라보며 함께 거닐던 아득히 먼 영원산성에도

그대가 다시 찾아오지 않는 이곳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봄의 길목에 서서 바라볼 때면

그토록 정답게 기다려도 오지 않던

님 소식 대신에

정답게 맞이하는 그들이

날 대신 위로해주며 반가이 찾아 맞아줍니다


그대 여린 마음 감추길 없는

바쁜 마음 감추기에 급급한 마음이여


이제 갈 곳 잃어 헤매지 말아요

그대가 그토록 찾아 헤맨

영원 계곡에서 흘러 내려온 물줄기 소리가

그대 없는 봄의 길목을

그대 나를 위해 대변해 준답니다


봄의 길목에 서성일 때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봄의 길목에 멈춰 서면

봄의 아지랑이에 놀라 피어나는 꽃들보다

지난 찬바람에 놀라 피어나는

겨우내 땅거미 지는 마음을 품어낸

꽃향기보다 더 짙은


오랜 그대 마음이 그 자리를 늘 차지하고

가마솥 구수한 누룽지 숭늉보다 더 깊고 깊은

어머니가 시골 된장에 끓여주신

된장국 보다 더 구수한 마음이 

늘 제 마음 시리고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


봄의 길목에 서면

언제나 떠나간 그대 생각날 때면

그대만의 특유한 향기가

언제나 내 마음 여리게 한

내 콧잔등을 괴롭히고 저를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제비꽃
영춘화
산수유
매화
벚꽃
꽃다지
금대계곡

2019.3.22  치악 금대리 50리 길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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