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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13. 2019

산에는 무슨 꽃이 피길래(치악산의 봄)

-  갈길 잃은 내 발걸음도 멈추게 하였나

산에는 무슨 꽃이 피길래(치악산의 )

- 갈길 잃은  발걸음도 멈추게 하였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산에 산에 산에 

무슨 꽃이 피고 지고

 이름을 

야생화라 부르게 하고


 들에 들에는

어떤 꽃이 지고 피어 

 이름을 

들꽃이라 불러달라 하며


두근두근 두근거리는 

 마음 무슨 꽃이 피어나서

쓰다   이름에 

못다 한 사랑을 그리게 하냐 말이다


아직도 

흔들릴 잎새도 없이 

피어나지 못한 

봄의 여정길에 떠나는 이에게 


한가닥 

희망이라도 전해줄 의향이라면

진작에 

그 자리에 있지는 못하였으리


마지막 겨울을 알려야만 하는 

   

버겁고 힘겨운 삶에

 

아직도 

떠나온 마음이 남아있다면

미련은 남겨두지 말고 

다가올 피어날 진달래와 철쭉에게

이루 못할 마음 만은 안고 떠나 주오


겨울 떠나고

봄의 길목의 문지방에선

 삶의 문턱은 

 그리 높게만 바라보게 하였는지


훈풍도 마다하고

연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인연이 거들 

차라 

 눈에 

덮여버린 마음이 피어났으면 바라오


칭칭 

새끼줄 엮어가듯 이어온  삶에

 점의 바람에도 

흔들릴 마음이 아니었다면

치악을 멀리하라 하지도 않았을 텐데


 사랑은 언제나   

저물다 사라져 가는 

치악의 기운에 치마 녹을 수밖에 없는 

마음이라고

 사랑에 떠나지 못할 사연도

두고 왔다고도 하지를 말았어야 했다


그래도 뒤돌아 떠나지 못할

여운의 발끝에 묻은 사랑이 남아있다면

못다 이룬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과

흘릴 눈물이 남아있거들 

치악의 미륵불 탑에 공든 마음을 겨주오


청량한 바람소리와

청아한 계곡  흐르는 소리에 


 겨울이 진정 떠나갔는가


봄이와도  

 모습의 반은 겨울옷을 입고

 모습의 반은 

여름 나 연습을 하는데


너는 아직 

 겨울의 잔상들을 벗어버리지 못한 채

흐릿한 기억 속에 맴돌고

떠나려

지우려 하지를 않는다


계곡의 얼음도

예전에 너와 

따뜻  마음에 녹고 있고

내 마음도 녹는다 


계곡의 얼음이 녹듯이

그날 너와 나

아픔과 슬픔의 여울이

계곡 져  흐른다


 기나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소리의 기지개가 들린다


 봄에 눈을 밟을  있다는 것은 

내겐   기억 속에 행운이다


 억의 초상화를 어렴풋이

기억을 되돌려준다


바스락거리는 소리 

 마음의 깊은 심장에 

그날의 피 끊는 춘이 

되살아나듯이

흰 겨울의 아픔을 딛고 태어난 

나는 너를 아네모네라 부른다


아직도 겨울이 살아있다

 불굴에 굴하지 않는 

 기억 속에 너는

항상  덮인 야생화였 나니


계곡의 물소리

깊은 어느 산사의 고즈넉한 풍경소리

고요한 침묵을 깨우는 딱따구리 소리

까마귀 울부짖는 소리들

 바스락 밟는 소리들

배낭에 랑거리는 동종 소리가

 기억을 깨운다


어느새 너는

양지바른 햇살을 등에 업고

 기나긴 

겨울을 부수고 다시 태어났다




2019.4.12 치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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