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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May 16. 2019

아카시아

- 네 향기는 가시에 찔려 본마음이었다

2019.5.6 둔치에서

아카시아

- 네 향기는 가시에 찔려 본마음이었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너는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지를 못한다


손인가

배려인가

아니면

오만에 대한 불손인가


그렇지 하면

올려다볼 수  하늘이 었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뻗어가는 줄기 잎새마다

대롱대롱 매달린 채


그것도 모자라

마의 성벽에 둘러싸여 올라오지 못하고

가시넝쿨 기사들에

진을 치게 하면서 까지

오로지 한 마음을 굳게 지키며

아슬아슬한 절벽의 베개를 일삼는다


낭떠러지에 피어나는

바람꽃의 인생에

네 생에 전부를 맡기도 부족해

다시 피고 지는 마음을 지닌 너는


이 한 사랑인 줄 알던 탓에

돌아올 줄 모르는 사연에

그 누구도 보살펴주는 이가 없어도

늘 당당하기만 하였더라


회한의 마음이 일어서인가

너는 밤에만

향기를 뿜었어야 하는 이유를

남겨두었어야 했다


그래야 네 존재에 대한

가식적인 의미가

퇴색되지 않으니 말이다


뜨거운 마음을 품었고

몽글몽글 맺힌

너는 월에 맺힌 포도송이다


그래서 나는

내 손 어귀에 닿을 듯 말듯하는

네 마음을 일찍이 

꽃잎이 활짝 펴기 전에

한 움큼 베어 먹어버렸다


그대

어제저녁 산책길에
꽃망울이 여울져 

송알송알 그대 눈망울이 맺혔습니다
모든 꽃들이 그러한가 봐요


향기가 일면

그만큼 사랑도 멀어지는 거라고

세상을 붙잡아도

멀어지는 것이 세월이라고


그리고 그대는

바람에 나부끼며 흔들리는

불어오는 갈대의 마음이라고


네 향기에 내 마음은

가시에 찔려 본마음이었다고


2019.5.13  둔치 산책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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