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Sep 27. 2020

가을 외출(치악산 보문사 가는 길에서)

- 가을마중

보문사 폭포

가을 외출(치악산 보문사 가는 길에서)

- 가을마중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기어이

문턱을 넘어오고  말았네


보문사 가는 길은

두 갈래 길


가을이 떨어지는 소리가

그해 여름이 떠나가는 마음

그래도 이 이라면


가을로 접어드는 길이

또한 이 길이 그 길이 하나였네


그래서 나는

나의  가을이 아직

도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그 길인 보문사 길로 접어들고


그 길로 접어들었을 때


아차

계곡에서 흘러내려오는 소리가


아직도 식지 않은

그해 지난 여름날의 열정이

남아있을 거라 떠나왔을 거라 하였네


이미 들어선 그 길을

다시 되돌아 간다는 것은


나의 발길에 대한 미안함과

나의 예기치 못한

가을의 기다림이 그리움 못지않게

다가서는 마음이 앞서서 일거다


나의 가을 외출은 이랬다


사랑도 떨어지고

그대 마음에 붙어있는

실오라기 마음도 걷히고


내 마음에 떨어져 나간

마지막 사랑이

찰거머리처럼 붙어 올라오는 거네


이를 어째 이를 어째

떼어내야 하는데


이 몹쓸  군더더기들의 사랑

구더기 마냥

배고픈 밥풀 인양하고


서로 옹기종기 다툼이 일어

주섬주섬 주워 들고 있으니 말이다


내려놓아야 해 내려놓아야 해

무엇하나 건질 게 없는데

애써 들고 붙게 하려는지 모르고


그대여

이가을이  조용히 떠나가게

이별 아닌 이별은 고하지 말게


그냥 그냥

그 흔하디 흔한 눈빛도 주지 말고

가을이라는 명목으로

이 가을이 조용히 떠나갈 수 있게


떨어지는 나뭇잎이

수북이 쌓이는 그날에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으로


이가을이

그대의 가을이 아니었다는 것을

가을을

더욱 재촉하지는 말라면서 말이네


2020.9.24  치악산 보문사 가는길에

매거진의 이전글 하늘과 등 푸른 고등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