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원의 행복
새벽 일찍 수족관을 바라보는 한 노인네
- 만원의 행복
詩. 갈대의 철학
첫차에 몸을 싣는 사람들
첫 마음을 가지고 기다리며 떠나는 사람들
오늘은 만원 버스다
버스가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한 것이
만원 버스의 미덕은 아니다
버스에 좌석이 꽉 차지 않아도 꽉 찬 것처럼 변해가는 것이 만원 버스의 불행도 아니며
때로는 행복이 된다
또한,
나 혼자만 타도 만원의 행복이 된다
왜냐하면 홀로 된 무인도에 있는 거와 같이
나를 위한 배려이자 누군가의 공간에 여유를 부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오래 지속되면 지겹고 외로울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다음 정거장에 내리기까지는
만원 아닌,
그 이상의 가치를 더한다
오늘의 만원에 행복의 주인공 된 사람들
노인네 6명
중년 3명
그리고 청년 2명
이게 총만원이다
평소보다 더 많이 탔기에 만원이 되었다
내릴 시간에 내릴 때
또 한 노인네가 나와 맞교대다
그럼 합은 쌤쌤이지만,
이른 새벽 첫차에 몸과 마음을 함께하는 그들
첫차에 떠나는 이유도 다양하겠지만
첫차에 그 사람들이 안 보이면
언제나 그 시간 때에 그들이 그립고 생각난다
말을 못 건네도 눈빛과 얼굴 표정으로 대화를 한다
첫차에 그 해 겨울이 다가오면
따뜻한 마음의 온정을 담고
봄에 아지랑이 피어오르듯이 잔정이 묻어나면
훈훈한 정으로 맑은 기운을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들에게 훗날 내 마음의 여유가 찾아오면
마음의 빈 잔에 여유를 꼭 채워주고
지나간 여정이었다고
그리 못다 한 말은 짧게 건네주며
따뜻한 커피 한잔에 서로를 호호 불어가며
일찍 떠나와야 하는 이유를 묻지 않을 거다
그것이 그들이 살아온 인생이고 그들의 못다 이룬 몫이므로
첫차에
젊은이들이 더 많이 타야 하는데...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는 것은 비단 젊은이들의 몫이 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신세타령 넋두리만은 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청춘의 꽃은 그리 길지 않고
방황의 끝은 늘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만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만원의 행복은 각자 역할의 몫이다
나누면 마음은 만원보다 더 행복할 것이고
곱하면 마음은 이만 원 보다 더 값진 것이다
새벽 일찍 수족관을 바라보는 노인네
정류장을 옆에 두고 오는 버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둠이 깔린 길가 인도 옆에 내 버려진 작은 바다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 속에서 노니는 작은 세상을 바라보는
한 노인네의 어둠에 보이지 않는 꾸부정한 몸을
수족관 불빛도 없는 까맣게 노니는 고기들을
한없이 내려본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무엇을 찾으려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저 새벽에 노니는 고기들에 푹 빠져
어군 삼매경에 헤어날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버스 창가에 기대어 바라보는 내 마음은 한편의 스쳐 지나가는 이국적인 풍경이기 보다는
그것이 마치 인연 된 마음이라 여기며 오랜 기억에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