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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강(東江)

- 어라연(魚羅淵)

by 갈대의 철학
19.7.20 동강 어라연 계곡 래프팅

동강(東江)

- 어라연(魚羅淵)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돌고 돌고 돌아서 가라 동강아

돌아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네 품에 쓰러져가는


네 오랜 세월의 물살에

내 삶의 등짝도 함께 얹혀

네 굽이치는 물길에

또다른 만남이 되어 다시 떠나리


네 사연일랑은 하지를 말아다오

어라연 깊은 계곡에서 떠나온

어느 옛 산사의 울움이 되어가도


그곳을 스쳐지나는

네 지나온 힘찬 물길은

다시 숭어의 힘찬 꼬리 날개 치듯이

거슬러 올라오지는 못한다


거센 물살에

몸이 파이고 나뭇가지가 쓰러져간

이름자 남기지 못하는 게

비단 네 탓만이 아니었더구나


부딪혀 남겨진 무언의 의미들이여

어느 이름 모를 상처된 마음에

움푹 파인 굴곡이여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네 지나온 굴곡에서의 삶도

다가올 예지된 사랑도


어쩌면 오랜 세월에 깎이고

변하지 않는 네 모습에

가련한 동병상련이 될지도 모른다


굽이 굽이 굽이쳐 흘러

쉬어가는 길목마다

지친 네 안식처가 되어가면

나는 그곳을 지키는

내님 기다리는 나루터가 되어가리


흘러 흘러 흐를라치면

어느 외딴

이름 없는 마을 어귀에 닿아

혹시나 하는

님 소식 물어볼까 하련다


동강에 흘러가는 강물에

발길 따라 굽이쳐 흘러가면

내님에게도 도착하리오


사방이 깊고 깊은 협곡이

내 마음이라면


흘러 떠나가는

유수한 마음을 담은 마음은

넓은 아량이

네 동강의 마음이 되어가네


세월이 유수할진대

네 마음은 세월 속에 묻혀서 인지

늘 변함이 없고

굴러 굴러 흘러내려도


네 모습도 오랜 세월 앞에

그렇게 억세고 거칠던 모습도

오랜 세월 앞에 누 가되어갔는가


세상살이 살아가려고 모난돌이

둥근돌이 되어갔네

그렇게 인생은

모든 게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모든 인연이 닿아

어느 숙명 된 만남이 있기까지

네 품에 안겨다 주는 마음은


늘 그렇게

참사랑에 배고파하고

배워가고 일깨워줄


아라리 뱃길에

앓아가고 있는 마음은

어라연의 사행천에 몸을 맡겨버린

동강의 흘러가는 마음이 되어

돌아오더이다


동강

2019.7.20 동강 어라연 계곡 래프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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