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東江)
- 어라연(魚羅淵)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돌고 돌고 돌아서 가라 동강아
돌아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네 품에 쓰러져가는
네 오랜 세월의 물살에
내 삶의 등짝도 함께 얹혀
네 굽이치는 물길에
또다른 만남이 되어 다시 떠나리
네 사연일랑은 하지를 말아다오
어라연 깊은 계곡에서 떠나온
어느 옛 산사의 울움이 되어가도
그곳을 스쳐지나는
네 지나온 힘찬 물길은
다시 숭어의 힘찬 꼬리 날개 치듯이
거슬러 올라오지는 못한다
거센 물살에
몸이 파이고 나뭇가지가 쓰러져간
이름자 남기지 못하는 게
비단 네 탓만이 아니었더구나
부딪혀 남겨진 무언의 의미들이여
어느 이름 모를 상처된 마음에
움푹 파인 굴곡이여
너무 상심하지 말아라
네 지나온 굴곡에서의 삶도
다가올 예지된 사랑도
어쩌면 오랜 세월에 깎이고
변하지 않는 네 모습에
가련한 동병상련이 될지도 모른다
굽이 굽이 굽이쳐 흘러
쉬어가는 길목마다
지친 네 안식처가 되어가면
나는 그곳을 지키는
내님 기다리는 나루터가 되어가리
흘러 흘러 흐를라치면
어느 외딴
이름 없는 마을 어귀에 닿아
혹시나 하는
님 소식 물어볼까 하련다
동강에 흘러가는 강물에
네 발길 따라 굽이쳐 흘러가면
내님에게도 도착하리오
사방이 깊고 깊은 협곡이
내 마음이라면
흘러 떠나가는
유수한 마음을 담은 마음은
넓은 아량이
네 동강의 마음이 되어가네
세월이 유수할진대
네 마음은 세월 속에 묻혀서 인지
늘 변함이 없고
굴러 굴러 흘러내려도
네 모습도 오랜 세월 앞에
그렇게 억세고 거칠던 모습도
오랜 세월 앞에 누 가되어갔는가
세상살이 살아가려고 모난돌이
둥근돌이 되어갔네
그렇게 인생은
모든 게 저절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모든 인연이 닿아
어느 숙명 된 만남이 있기까지
네 품에 안겨다 주는 마음은
늘 그렇게
참사랑에 배고파하고
배워가고 일깨워줄 때
아라리 뱃길에
앓아가고 있는 마음은
어라연의 사행천에 몸을 맡겨버린
동강의 흘러가는 마음이 되어
돌아오더이다
2019.7.20 동강 어라연 계곡 래프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