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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26. 2019

가을이 오는 마음

- 가을이 기다리는 마음

가을이 오는 마음

- 가을이 기다리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른 새벽 

참새 지저귐 소리에

부스스 깨어 

멀리서 나를 알리는 기적소리가


가을을 떠나오 하고

이 가을을 부르짖게 만들며

이 가을에 나를 깨우게 한다


까마귀 깍  

우는 소리에  지쳐갈 때

어간 내 마음은

일찍이 동트는

새벽에 장님이 되어갔


 번째로 눈을 다시 비비고

일어나 기지개를  활짝 켜어보니

가을이

가을에 울부짖고 있을 때


어느  햇살은  

창가에 살포시 기대 운 채

나의 뜨다만 눈을 또다시 괴롭혀왔


이윽고 나의 바람은

지극히 작은 소원이었지만


이 가을을 빗대어

새벽을 여는 이들을 감탄할 겨를도 없이

나의 또 다른 길은

밤샘을 해온 나의 신발에게

위안을 삼고

발길을 재촉하기로 하였다


정든 고향을 떠나온 것은

나의 고향만아니


내가 머무는 자리에 

언제나 늘  마음이

머물러왔곳이 어디 있었던가


나는 그냥

이 길을 지나가 갔을 뿐이었지만

그렇다고 나는

그 길을 그냥 스쳐 지나가지도 않았었


가을이 다가오고

이 가을을 더욱더 기다리고

나는 이제 가을 따라 다가오는

이 가을에 나의 길을 선택해 걸어갈 테다


언제나 떠나는 자의 희망이 된

가을의 문턱에 네 모습은

하늘 한 번 올려다 보고 하늘 져 거리고 빛날 때

네 무덤가에 먼저 피어나고

그 자리에 

어린 마음 하나 남겨주면

피어날 꽃 하나


나는 아직도

아득히 불러보지 못해 

못다 불러본 그 꽃을

내 이름자 대신해 써보고


해마다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네 무덤가를 바라보던 내 눈길에


먼저 떠나온 이에게

 슬픈 영혼을 영원히 지켜줄

떠나온

가을의 길목을 지켜주지 못하는 

파수꾼이 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마음 머물고 떠난 그 자리

점점 짙어가는 이 가을에

기다리는 마음만큼  

떠나보내는 마음도 같았을까


사랑하는 이에게 

차라리 부드럽지 않게 대하기를

차라리 다가선 마음보다 더 잔혹하기를

차디차게 냉혹할 말 한마디의

위선과 독선이 내게 필요할지도 모른다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할 나의 가을에

듬해 다시 피어날

못다 핀 마음의  하나 심어놓고


만추 되어  

가을이 추풍낙엽 되어가

추운 겨울지나

이듬해 따뜻한 봄을 맞이하기까지


가을이 다가오는 마음이라네

가을이 기다리는 마음이라네

이 가을에 다가서려는 같은 마음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남기정리하려는 마음일까

그대 떠나보냄으로써

내 발길에 네 추억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9.9.26  곤지암리조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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