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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을

- 낙엽 한 장 떨어졌다고

by 갈대의 철학

나의 가을

- 낙엽 한 장 떨어졌다고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 낙엽 한 장에 가을이 왔다

가을이라 불러본다고

그대는 말한다

낙엽 한 장 떨어졌다고

나는 감히

이 가을이 왔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나의 가을은

낙엽 한 장에 사랑 한 장도 떨어져야 한다

그러면

나는 나의 가을을

그대의 가을이라 불러보고

나의 가을에 사랑도 저만치 멀어질 거라

그대 귀에 속삭여 줄 거다

그대의 가을은

낙엽 셀 수없이 떨어질 때를

기다리지 않는 마음을 늦가을이라 부르고

나의 가을은

그리움이 남아있는 마지막 마음을 담은 가을을

지난가을이라 불러 볼 거다

낙엽이 가을바람에 휘날려 날아가는 마음도

그 낙엽을 그대의 가을이라 불러보고

나의 가을은

늦깎이 남아있는 여름 열정에

마지막으로 붙어있는 찬바람에도 버티는

이 가을이 만추 되어 떠나버린 마음을

초겨울의 문턱을

나의 진정한 가을이라 불러볼 거다

그리고

마지막 낙엽 한 장에 각인된

그대의 사랑을 얼음에 봉인할 거다


2019.10.4 낙엽 떨어지는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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