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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3. 2019

안개는 달도 삼켰다

- 안개는 태양을 뒤로한다

안개는 달도 삼켰다

- 안개는 태양을 뒤로한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제일 먼저 새벽이 할 일은

동이 트기 전에

달을 깨우는 것이다


밤새도록 꿈속을 거닐고

헤매었던 기억을 되살려 주어야 한다

달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김없이 그 뒤를

태양이 뒤쫓아 온다


안개가 달을 삼켰다

여명의 시작이다

아니다

달이 안개를 삼켰다


침반이 없어졌다

그래서 태양을

깨울 수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이제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

기다림 뒤에 오는

달이 지나온 자리는

늘 그대의 포근한 안식처가 된다


2019.11.13 만종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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