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Nov 15. 2019

덕수궁 돌담길 굽이 돌아서가면

- 업둥이 업고 넘어간다

2018.11.24 첫눈 내리던 날에



덕수궁 돌담길 굽이 돌아서가면

- 업둥이 업고 넘어간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덕수궁 돌담길이 십리도 아닐진대

네 보고파 돌아가는 이 길이

백리 타향살이되었구나 


매일 오고 가는 길손들에

혹시나 하는 여린 마음을 하나

포대기 우는 아이

젖 달업둥이 업고 메고 돌을세라


한발 두발 내딛고

떠나온 낙엽을 밟으며 걸을 때마다

마음은 가벼우나 발걸음은

옛 마음을 어깨에 메고 가는 마음


저 말없이 흘러가는

구름일랑 벗하면

님이라도 그리울까

찾아 나서분주한 마음이라도

남겨주고 떠나 주오


오늘도

내일도

설마 하대한문(大漢門) 앞을

지나는 행렬에 고자 한다면


님 그리는

계절이 다시 돌아와도

낙엽 하주워 들면

그대 떠난 빈 뜰에  뒹구는 발길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의 보금자리가 피어난다는 것을


가을바람이 그대 속삭이는 소리인양

살며시 귀 기울일 때

소스라치게 놀라 위로받는 자리라는 것을

이 가을 끝나는 시점에

낙엽 한 장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소


2019.11.14 덕수궁 돌담길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뚜벅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