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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5. 2016

아라리 길

- 아우라지

아라리 길

- 아우라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천리 길 멀다 하여

노래를 불렀다


아리랑 아리랑


오대산에서 흘러

오대천 구비구비 흐르는 계곡 길 따라 흘러가라


가는 이 길을 첩첩산중이라 탓하지 마라

협곡을 지나는 너는


오랜 세월 불러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더냐


그렇게 한에 사무쳐서

돌아가야 할 길을 잊었더냐


하면

천년의 사랑의 굴레를 벗지 못하여 그랬더냐


내가 가야 할 길과

네가 떠나온 이 길이 서럽거든


변방에 둘러싸여 어찌할 수 없는

저 굽이치는 강물을 따라 흘러가라


내 배는 없어도

너의 구절구절 애처롭게 아 치는

슬픈 전설을 뒤로한 채 소쩍새는 이미 한 쌍을 잃었구나


네 사공은 없어도

천년만년을 사무케 하여도

기다려 온 내님은 오지 않을 것이라네


노 젓는 사공아 아라리를 불러다오


뱃사공아 갈대에 노 저으며

어세라 헤라 갈 뱃사공아

지는 석양 굽이 굽이 흘러 비취는


너의 너스레 떠는 속 마음을 감춘

네 모습이 안쓰럽구나


안갯속을 지나가도 네 뫼 소리

메아리 되어 떠나갈 수 있고


순풍에 닻을 올리거든

그곳에 갈 수 있다는 희망을 자랑 마라


네 구슬피 안개에 젓은 목소리가

더 이상 헤매지 못하도록

네 마음의 창을 열어다오


떠나가라 떠나가거라

아라리의 뱃사공아

뱃사공의 아라리야

백복령을 사이에 두고

바다가 지척이더냐


너의 노 젓는 두 팔은

이미 길을 잃은 나그네가 되었다.


이 가을 문턱은 네가 오른 지 옛적이 되었는데

겨울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너의 약속처럼

깨지기 쉬운 살얼음의 인내를 지녀야 하는가


내 발 길의 날개를 달아다오.


2015.8.24


날개를 달았다 날았다
당신은 왜 아직도 길을 못 찾은 것인가
아라리의 사공이여 순수한 두 팔을
정녕 잃은 것인가


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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