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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태양만 바라본다

- 꽃은 태양만 꿈꾼다

by 갈대의 철학

무는 태양만 바라본다

- 꽃은 태양만 꿈꾼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새야 너는 좋겠구나

날개가 있어서

멀리멀리 저 하늘 창공 위를

아주 멀리 날아갈 수 있었어 말이다

너는 그것을 자유라 불렀다


물고기야 너는 좋겠구나

너는 사람한테 없는

지느러미와 아기미를 가지고

바닷속 어디를

네가 원하는 곳으로

헤엄쳐 갈 수 있으니 말이다

너는 그것을 탈출이라 불렀다


그러나 새는 바다를 꿈꾸고

물고기는 하늘을 꿈꿨다


나무야 너는 좋겠구나

너는 한 곳만 바라보고

늘 태양만을 기다리니 말이다

너는 태양 없이 살 수 없어

너는 그것을 사랑이라 불렀다


꽃은 태양만 꿈꾼다

너는 늘 한 곳만 바라보는 것 같지만

실상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태양이 네 곁에 떠오를 거라 여기기에

너는 그것을 그리움이라 불렀다


그래서 나는

네가 바라는 것이

내게 없는 것을

원하지 않았었는지도 몰라

나는 너를 향한 기다림이 되어갔다


태양은 나무를 기다리고

꽃은 태양을 바라보고

나무가 태양을 꿈꾸고

꽃이 태양을 꿈꾸는 이유가 되어갈 때


비로소 나는

꿈꾸고 바라보는 이에게

내일의 네가 바로 나였으면 한다



2019.12.13 19번 국도를 따라 저무는 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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