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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24. 2019

떠나는 깊이에 기다림을 멀리하고

- 길 잃은 마음(비밀의 화원)


떠나는 깊이에 기다림을 멀리하고  

    - 길 잃은 마음 (비밀의 화원)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오늘도 나는

길 잃은 어린 사슴처럼

철 없이 밤잠 없이

이 길을 떠도는 나그네

마냥  시계 추에 의지한 채 나선다


겨울 햇살은 강렬하여  

나의 이마와

눈 언저리에 고인 샘이 되어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아침 이슬처럼 영롱하여


어느새 눈 샘 되어

나의 메마른 입술을  

또다시 부드럽고 촉촉이 적셔준다


언덕이 있으면 어떠하리  

나의 기다리는 벗님이

그곳에서 메아리 되어

기다려 주지 않으냐 말일세


가다가 돌부리에 걸러

넘어진들 어떠하리

그 틈바구니 이음새에 어여쁘게

새 단장하여

기다려줌이 있어 멋스러웠지

아니한가 말일세


겨울펼쳐진 이 드 넓은 산야에서

익히 다다름이었는지

허공에 떠도는

매의 처절한 울음소리도

알 수 없는 이름 모를

새들의 사랑에 지친 싸움의 울부짐도


산천이 부서져라

휘드르는 네 칼자루에 쓰러진

동녘의 꿈들

 천하는 어딜 두고

가려함인가 말일세


그리고 그대의 천하에

산산이 부서져  온다 하거늘  

이것들을 어찌하여 막을 수 있으며

멈출 수가 있으랴 말일세


행여 지나가는 나그네에게  

그님의 근황을 여쭙고  

가다 서다 고갯마루

두정거장만 거쳐하면 정자가 나온다 하여  


그곳에서 님 부르는

풀피리 소리를 들었다 하네

나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는  

그 깊이를

이곳까지 여러 해를 지났지만,


쉬어 넘는 고개마다

인생 역이 갈라진다네

사랑도 좋고

떠다니는 구름과 바람소리도 좋다지만  


오늘의 이 길을 내가 나선 것은

한용운 님에 님의 침묵도 아니하며,

김삿갓 시인의

방랑끼를 닮은 것도 더더욱 아니며,


단지,

김소월 님의 봄의 왈츠와 향연이 그리워  

진달래 숲 속을

너와 나와의 아는

비밀의 화원으로 잠적하기 위함이더이다


2019.12.22  황장산 백두대간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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