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겨울의 끝자락에 다가서는 마음
- 봄을 쫒는 마음
이 겨울의 끝자락에 다가서는 마음
- 봄을 쫒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이 겨울의
끝자락에 다가서 보자
내 마음 녹듯
겨울이 녹아야 한다
그래야 이 겨울의 끝자락에
다가설 수가 있고
기다리던 님을 마중 나갈 채비를
서두를 수 있으며
봄을 맞이할 수가 있다
계곡이 녹고 있다
천천히 내 마음이 동요된다
긴긴 겨울 나루터에
못 띄운 뱃사공의
마음을 태우러 떠난다
네 생각이 날 때면
이 겨울의
끝자락에 서있음을 느낀다
땀은 비 오듯 하고
한발 한발 내딛는 발걸음에
무거움을 느끼는 것은
정상이 코 앞이라는
그동안
애착스럽게 지고이고 온
수많은 사연의
마음들을 내려놓을 때다
겨울바람이라 차고 매섭다
가만히 서 있으면
땀방울과 함께 얼어 고드름이 된다
그리고 체온 조절에 실패하면
떠나왔을 때의 마음과
도착했을 때의 마음들이
서로 뒤엉켜
몽롱한 기운들을 불러들인다
거기서 지면
떠오르지 말았어야 할 생각의 잡념들
떠오르다 말 것 같은
너와 나의 오랜 숨겨둔
오랜 비밀의 화원이 열릴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살갑지 않게 불어오는 바람이
내 등짝에 함께 지고 온
마음의 잔 껍데기들이 용서치 않으리라
내 거칠게 몰아쉰
허파의 역할이 다해
그마저 내뱉은 쉰소리는
나의 청춘이
지나가기 전에 고르지 못한 숨소리요
지금에 와서 내뱉어지는 소리는
너와 나의 지난날에
네 고요한 숨소리와
나의 파노라마에 쓰인
오랜 골동품을
잃어버린 자아의 내면에
처절한 소리와 합쳐진다
두물머리 뱃사공의
힘찬 노 젓는 소리를 들어라
두물이 하나일 때와
한 물이 두물일 때의 물살을 느껴라
우리는 곧 힘겨운 마음이
하나로 모일 때가
이곳에서 만남이라는
정상석 아래에서 멀리 내다 보이는
아라리의 뱃사공의
흥얼거리는 아리랑길 넘나드는
구수한 노랫가락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너와 내가
떠나온 이유가 되어가고
만남이 되어가야 하는 사연이 되어간다
2020.2.1 치악산 고둔치 가는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