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노루귀 꽃 피어날 적에)

- 백련사 가는 길

by 갈대의 철학
감악산 정상


감악산(노루귀 꽃 피어날 적에)

- 백련사 가는 길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앞산에 진달래꽃 피고 지고

뒷산에 노루귀꽃 피어나면

진정 그 긴 겨울의 인고를 견뎌온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나요


노루귀꽃 피고 지고 나면

나는 무엇으로

그대를 다시 만날 수가 있나요


봄이 왔다고 네 소식

그 긴 한겨울의

모진 한파 속에서도

또렷이 그대 고운 자태 잊을 수가 없었는데


능선길 굽이 굽이 피어난

네 모습에 반해

일찍이 대문을 나서는 마음도 잠시 일뿐


휜 겨울맞이 할 때 불어오던 바람이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것이

네 모습이면

변하는 내 모습을 그대는 기억하나요


여보시오 이보시오

여기 다시 오르거든

저 멀리 치악산을 등진채 오르지는 마세요

뒷산에 철쭉 필 때 올랐던 마음만은

담아두시고 가면 어떨까요


언젠가는 이 동산에서

백련사 깊은 산사에

너를 반기는 신호탄이 울리고

살갑지 못한 풍경소리에 불러달라 하면

매인 몸에 마음이 더디 가더라도

기다려 줄 수 있나요


세월만을 너무

야속하다고도 하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세월에 의존해

무상하다고도 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마음

예전에 그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약속했었어요


인생에 있어 바둑의 한 수와

장기의 한 수의 차이는

신의 한 수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실제

살아가는 인생에 있어

노파심에 말하려는 것은 아니랍니다


절대 불변의 묘수

그대의 지략과 묘책은 인생에 있어

약간의 도움이 될 수는 있다고 말이에요

그러나 너무 많은 마음의 무게를

담지는 마세요


그대 내게 들려주세요


진달래 손은 약손

노루귀 꽃은 엄마손


이른 봄에

피는 꽃은 진달래꽃

이른 봄에

빨리지는 꽃은 그대 마음

늦은 봄에

피는 꽃은 노루귀꽃

늦은 봄에

늦게지는 꽃은 나의 마음


감악산 정상에서
노루귀
흰노루귀
개별꽃
노랑제비꽃
진달래
생강나무
백련사

2020.4.4 감악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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