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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16. 2020

어느 아버지의 인생

- 어느 아버지의 마음

어느 아버지의 인생

- 어느 아버지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어느 아버지께서는

평생을 작은 마음으로

큰 마음을 만드셨다


그대의 인생길이

막장 탄광 갱 2킬로미터의

심해 땅굴이셨다


평생을 네 집 인양

막장인생을

그곳에서 청춘을 바치셨다


두더지 인생에

낮과 밤이 바뀌며

횃불 하나로 목숨을 지키셨다


칠흑 같은 동굴도

이보다도 나으리라


하루가 세 번 바뀌어도

한 햇살에 의지한 채

오직 배고픈 처 자식 벌여 먹여 살리느라


진작 본인의 마음은

늘 배부른 성인군자이셨다


부처가 평생을

한 끼로 도를 닦았으니

우리 아버지는 육십갑자도  못 채워

겨우 파리 목숨보다 못한

하나 된 사랑에

부지 못할 목숨 연장하기도 버거웠었다


연신 연거푸 몰아 내쉰 소리는

봄바람 살랑이며 물결치는

저 바다에

연 거픈 들이닥치는  파도에

을 감으시니


늘 땟국물이

청량한 시냇물을 흩트려 놓을까 봐

걱정이 태산이셨다


그대가 흥얼거리는 소리는

지하 2000미터에서

나 살아있다고


밧줄 하나에

철창 소리

드르륵 내려오는 소리가


그대가 살아있음을 보내는

가족 안부를 내보내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때론 들려오는 소리가

풀피리 보다

청아 했을 때도 있었고

해녀의 숨비소리보다 거칠지도 않으셨다


단지,

그것이 그대의 삶이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대가 흘러내린 땀방울은

하늘이 천지개벽해야 내리는

닭똥 같은 눈물 되었다


수만 수십 수백만 개에서 

흘러내린 땀방울은

그대가 그토록 바라던


옥토에서 샘솟는 옹달샘에

목젖을 축이는

단비보다도 강한 의지가

우리 가족을 살렸다


까마귀  인생에

언제나 두 눈은

세상의 혜안을 가르치셨고


어둠에 의지한 채

지탱한 마음

언제나 보고 싶은

파란 하늘을 꿈꾸셨다


아무런 일 없듯이

하루를 3 등분한 인생도

미처 지신을 위해서는

고작 1할도 없으셨다니


사이렌이 요란 부산스럽게 울리고

그 뒤를 이어

구급차가 연신 올라간다


마치

미친 망아지 마냥

춤을 추며 달린다


하나둘씩 내려오는 퇴근길이

미로 속을 헤매듯

눈앞에 놓인 마음 앞은


막둥이의 마음은

고생하신 우리 아버지 물 대신

막걸리 주전자를 들었다


잠시 후

시간 속의 여행은

그대와 나를

연결하는 다리를 끊어놓았다


마지막 편지는

 사랑에 눈물 머금지만

마지막 내리는 사람이

그 사람이 아니면

그 눈물은 영원히 가슴에 고인다


사랑하는 아버지

그대는 왜 저를 낳으셨나요


당신은 그러셨지요

나를 품었을 때는 가슴으로 낳으셨고

저를 기르실 때는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셨다는 것을


어느 청명한 4월에

당신의 무덤을

몰래 다가서서 바라본 하늘이

왜 이리도 서글프던지

그 마음도 하늘이 이해해주겠죠


저는 지금 당신의 피땀으로

아주 훌륭하게 자랐답니다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세상에

그대의 막장 갱 제2의 인생을

당신이 펼치던 순백의 마음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서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언저리 거울에 반사되어 내비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볼 때에는


언제나 그대가 꿈꾸고 바라던

파란 하늘 아래

파란 잔디가 자라고 있다는 것을


라일락 꽃 필 무렵쯤이면

당신의 향수가 늘 그립습니다


라일락
제비꽃
홍매화
도화꽃
꽃잔디(지면패랭이꽃)

2020.4.5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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