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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23. 2020

경희궁과 동궁(東宮)

- 4월이라 4월에는

경희궁과 동궁(東宮)

- 4월이4월에는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4월이라 경희궁 

휘영청 달 밝은 밤에

꽃도 만발하여 기우는데

흥청망청 노니는 노새도

말발굽을 두둘 기며

흥에 겨워한다는데


구중궁궐에 숨은 달아

님 찾아 헤맨 마음은 어딜 가고

야반도주하듯 쫓겨나선 님을

그립다 못해 외면하여 

다른 님을 모시는 두 마음에

나서기가 부끄러워하느냐


4월이라 경덕궁에는

새들의 지저귐에

떠나간 님 소식도  찾아온다는데

흥화문에 비친 광채는 어딜 두고

황학정에 올라서서

야심한 달밤을 벗하는 음도

후원 숨은 저 달에

야반도주할 마주칠까 염려에

야주개 대궐나서기도 바빴어라


경덕궁 숨은 기침에 놀란 달아

우리님 머리 조아릴 사이 없이

36계 줄행랑도 못 미더워

화원에 마실 나온 저 달에

님보고 술래놀이 또 하자니 

슬픔이 앞을 가려도 고개를 들지를 못한다


님 그림자 조차 숨바꼭질을 하네

 넘어가는 여명의 길목을 지키는

저 달을 시샘할 겨를도 못한 채

한목숨 지키느라 

쫓겨가기에 더 부산스러웠어


활들 짝 놀라 들켜버린 마음이여

덧신은 누가 신겨줄꼬

문밖 나서서 밝아오는 초라한 행색이

걸인만도 못하더라


가릴 수 없는 마음이었네

저 햇살에 눈이 부셔

차마 부귀 영화가 제행무상에

바라볼 수 조차 없었어라 


경희궁에 꽃들도 마실 나가 

희희낙락 즐거움에 슬픔도 나누는데

4월이라 4월 쫓겨난 저 달은

달 타령하다  타령하다

깊고 깊은 구중궁궐 

인왕산 자락 드리운 달그림자가 

거북이 등짝 인양

네 님 뒷모습 안은 마음인 줄 알았네


두 손 뻗어 저 달을 훔치려다

숨바꼭질 찾아 나선 무인

용 비천에 빠진

용포에 드려 눕기도 버거워라


지 한 몸 숨기기에

저 달을 바라보는 원망 겨를도 없이

용안에 흐르는 눈물은 흘러

덕수궁  돌담길에 어리연꽃을 피우네


숨 고름에 저 달을 바라보며


2020.4.23 경희궁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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