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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pr 25. 2020

불어라 봄바람

- 돌아오지 않는 바람

불어라 봄바람

- 돌아오지 않는 바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불어오는 바람을 어쩌나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마음 변했을 때

내 마 흔들어 놓았던 바람


산등성이 머리 위에 불어오는 바람은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너의 너스레 한 마음을 닮은 높새바람


산등성이 허리춤 불어주는 바람은

사랑을 주어도 금세 식어버린 탓에

마음만 주고 떠나가는 미더하늬바람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내 마음을 송두리째 뽑아버리고

시샘 없이 불어와 주는 덧없는 된바람


내 마음을 흔들어 주는 바람은

어느 바람이었을까


떨어질 꽃잎은 하나도 없는데

이미 피어난 꽃은 내 꽃이 아닌데

네 꽃잎 떨어질 때

이미 내 마음은 떨어질 마음의

준비도 못한 채 널 기다려왔는데


꽃몽우리 맺힌 꽃

앞으로 피어날 꽃들에게

봄바람이 아무리

네 마음을 흔들어 놓아도
지난해 추운 겨울을 이겨낸
흔들리지 않은 네 마음을 꼭 기억하길 바래


이날의 바람에

내 모든 것을 맡기어도

널 위한 기도에 봄바람의 흔들림도 

내 의지를 꺾지 못한


왜냐하면

내 마음은 이미 봄바람이 훔쳐 갔으니까


각시붓꽃
분꽃
머우꽃
양지꽃
솜나물

2020.4.25 매봉산 가는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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