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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9. 2016

옥지기

- 굽이 구비 도는 섬강 아

옥지기

- 굽이 구비 도는 섬강 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섬강길 이백 삼십리 길을 구비구비 돌아라

내 갈길과 발길이 어디로 있으랴마는

네 구비구비 길 넘나 흘러들다 보면

어느새인가 너와 맞이할까도 싶더구나


내 길이 보이지 않는다면

저 창공 위의 영혼 없는 새들에게

네 안부와 어디인지를 알려달라 하려무나


옥같이 맑은 영혼을 드리우고

옥 보다 빛나는 햇살을 비추며

옥의 고운 성품을 가지고

따뜻함을 고이 간직한 너였기에


내가 지나가는 이 길이

너의 마지막으로 떠나오는

길이었으면 바래보는구나


굽이 구비 도는 섬강 길에 취하고

또다시 풍경에 취하다 보니


저녁 석양이 오기 전에 또다시

너의  모습에 취해

허우거려 헤어나지  못할까 봐

두려움마저 앞선단다


아름다운 옥지기야


네 거기서  너를 품에 업었을 때

너의 포근함은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었을 때처럼


찾아오는 그리움들이

묻어나고 베어나는 것이

의당 너만이 간직한

걸어온 길이 아니길 바랬다


그곳에서 너의 거친 숨소리

너를 만지면 부서질까 봐

조심스러워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들이 더 초췌하고 초라하기 그지없구나


저 흘러가는 강물에

나의 시간에  너의 의미를

모두 담기에 부족하였지만


고요히 흐르는 강물에

너의 일부라도 비춰주었던

옥지기가 그리울 따름이구나


내 갈길을 잃어버린 지

오래된 듯이 하여도


섬강길 굽이쳐 다시 흘러가다

언젠가 저 하늘과 맞닿은 그곳이


어느새인가 다시

너를 기다리는 곳이 아닐련가 싶구나

2016.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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