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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Dec 17. 2020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10)

- 나의 심장은 거꾸로 타오른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나는 치악산으로 간다(10)

- 나의 심장은 거꾸로 타오른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계곡은 얼었어도

쫄쫄 쫄

그 속에 물은 흐르더구나


마치

내 심장에 피가

거꾸로 용솟음치듯이 말이다


계곡은

말이 없다 하더니

이내 침묵으로 일관하여

흐르더구나


마치

내 머리 끝에서 끌어 오르는

차가운 공기와 맞서  싸우듯이 말이다


날씨가

꽁꽁 얼어가지만


마음에

한 햇살을 담으면서 살아보련다


그래야

내 마음에 아직도 녹지 않은

차디차게 응결된 비수와 같은

고드름을 녹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산에 오를 때 불어오는 바람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씻어주기에 충분하지만 부족하고


등줄기에 폭포수처럼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식어갈 줄 모르는 나의 청춘이


아직도 남아있는

마지막 불꽃을 되살렸다


어느덧

갈림길 능선에 불어오는 바람을

맞이하기까지

오름과 내림의 현자는 보이지 않는다


등골 오싹할

또 다른 비운의 바람 한 점에서

그리 정상이 멀지 않음은


이곳을 지나는 현자는 어딜 가고

바랑만이 행하게 불어준

그 언덕 위가


아직도 못다 이룬

내  머리맡에 놓인

촛농 떨구어 희어가는

봉분의 서막을 준비하기 위함이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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