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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n 02. 2020

달빛과 그림자

- 만삭

달빛과 그림자

- 만삭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달빛이 어리니

시집올 때  색시 마음도 어리어라

달빛이 만삭이니

우리 엄니 날 으시라

배 고름 잊힐세라 눈물겨웠더라

달빛 한 줌 없는 별빛 내린 언덕 위를 올라

크게 메아리쳐 소리 질러 보네

엄니 우리 어머니

날 낳으시라 그 고통 속에 새벽잠을 여매시고

홀로 산중에 떠나온 마음을

애써 감추려 들지를 하지를 마소서

못난 아들 드리옵니다

이제는 저 달빛에 숨은 그림자를

내쫓지 아니 쫒아가지 아니어도 괜찮소

나도 내 갈길 잃어 헤매면

우리 엄니 달빛 비춘

그 작은 언덕 위 동산을 팔베개 하며 

예전에 못다 부른 노래에

눈물 훔칠 날만 기다리지 않아도 좋소

이제는 염려 마오

달빛에 숨은 엄니 마음을

이제야 배냇저고리 기워주던 그 마음을

달빛 어린 수심을

저 강물에 아니 건져 올려도 되겄소


2020.6.1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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