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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Jul 16. 2020

넘치는 것보다

- 부족한 게 더 좋더라

넘치는 것보다

- 부족한 게 더 좋더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많이 아는 것보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라


번민의 마음을 두지 않으니

근심과 미련을 떨쳐버릴 필요가 없고

미움을 가까이 하지를 않느니 말이다


들리는 것보다

차라리 들리지 않는 것이 좋더라


그러니 그대여

침묵보다 더 소중함이

이 세상에 없나니


그대의 입이 뻥긋 한 순간

파동은 겁 잡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를 만드나니


똑똑한 것보다

남에게 바보처럼 보이는 게 좋더라


백치의 마음은 때를 타지 않고

순수함에 마음이 평온하여

모든 병으로부터 구원을 얻으


아름다운 것보다

오히려 추함이 더 좋아라


아름다움은 계속 가꿔가야 하지만

추함은 늘 변함이 없는

하늘의 허공 위를 떠다니는

구름과 같은 

올려다볼수록 마음을 청허 하게 하느니


맛있는 음식보다

그저 목구멍에 

밥 한 톨 넘어가는 게 좋아라


어차피 이래나 저래나

배부른 것은 매일반 같으니


맛있는 음식은 세치 혀에 놀아나

배부르기를 끝이 없어 움직일 수가 없지만


맛없는 음식은

오감각에 놀아나지 않아

욕심 없이 배부르기가 만족하나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색하는 것이 좋아라


많이 안다고 하여

생각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니

마음을 다스리는 것보다

이 세상에 더 평화스러움이 없더라


나는 나는 이렇게 살리라


아침에 일어나

밤새 길 잃는 맑은 영혼들의 빛을 담고


점심이면 해가 중천에 떠올라

땀방울에 마음의 밑천을 만들고


저녁이면 쉬어 넘는 한잔 술에

넘나드는 목젖에 떨어진

너와 나의 애환의 노래를 부르리





2020.7.16 인사동 & 청계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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