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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Aug 03. 2020

비와 당신

- 그대와 나

비와 당신
- 그대와 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는
비 내리는 거리에
창밖으로 비춰오는 거울 여자

그래서 당신은
비가 오면 비를 맞는
창밖의 여자가 된다

나는
비를 맞고 서있는 나그네
가로등 불빛 아래 비를 피하고
멀리서 바라볼 때에

그대의 하얀 원피스가
나풀거릴 때면


금세 젖어버린 머릿결에
아무리

거센 비바람에도 꿈쩍 하지 않던
그대 마음이었어요

비와 당신사이
그리고
그대와 나 사이

그대에게 난
비의 마음이고 싶어요
바람의 마음이고 싶어요

삶이란 ?
그런 건가봐요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아 걱정이더니

이제는
비가 많이 내리니 또 걱정이고

그래요
우리는 하늘의 마음을 알 수가 없었어요
단지 바라기만 했을 뿐이예요

그 자리에 있을 때는
원하지 않던 마음이었는데

그 자리에 없을 때는
원하던 마음이었던 것을요

하늘의 구름은 유유히 흐르지만
구름 속에 품은
마음은 알 길이 없었고

강물도 유유히 흐르지만
그 속에 흐르는 마음  또한 알 수가
더욱 없었습니다

물길을
인연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살아가는데
꼭 이것만은 말해주고 싶어요

사랑은
꽃에 벌과 나비가 날아들듯
자연적인 사랑을
하고 싶다고 말이에요

어떠한 구속력이 없는
단지
시간의 예속된 마음이 더욱이
아니기를 바라면서요

사랑은 저 물길처럼
굽이쳐 흘러도 변하지 말아요

마음은 떠내려간 물살에도
휩쓸리지 말아요

그게 우리가 지켜온
약속이 되어갔으니까요


2020.8.2 치악 금대 40리길  트래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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