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by 갈대의 철학
배재학당 아펜젤러 공원에서

살아가면서
-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살아가면서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거친 비바람에 쓰러질지언정
타인의 마음에도
나의 마음에도

가만히 있어도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게 하소서

어떠한 환경이 찾아오더라도
나를 이기고 지킬수 있는
혜안을 주시옵고

한 떨기 꽃잎이
바람에 떨어져도
슬퍼하지 않는 인내를 기르게 하소서

처서 지나
찬바람 불어오고
더 이상의 풀들이 자라지 않을 때

내 마음을 정갈히 하고
내 부모님 무덤가에 피어난

한 자락의 한아름 될
가을국화에도
눈물 떨구지 않는
그러한 사랑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굽어 살피소서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
세상 풍파 다 겪어도
내 마음에 술 한잔에 떨어진
눈물만큼이야 하겠소

그러니 너무 염려 마오
생의 이별은
잠시 못다 이룬 인연에 한 숟가락을
떠다 만 흘러버린 국물이요

사의 이별은
그대 마음에 더 이상의
사랑할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오

모질 태생의 인생에
더 이상의
아리랑 사연 길을
싣지 않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이듬해
당신의 무덤가에 피어난
할미꽃이 피어났을 적에
태어난 나는

당신의 의미가 곧
사랑의 잉태였음을 기억합니다

2020.8.12 배재학당 아펜젤러 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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