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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06. 2020

저녁노을

- 붉은 노을

저녁노을
- 붉은 노을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석양이 지는 자리
달빛 없는 빈자리
어머니 마른자리가 되고

그 자리에 피어난
붉은 노을 한 마음
꽃 한 송이 피어나면

어둠이 지쳐  
길게 내려오기 전에
금세 하늘 높이 날아올라
붉은 새되어 날으리

어머니 떠난 자리 빈자리
가시에 찔려 흘러내린
선홍 빛 붉은 마음 서릴 때

하늘 아래 진자리 되어
가시나무 새 꽃으로
다시 피어난다

이윽고
어둠은 빛을 감추고
빛은 어둠을 받아들였다

어둠이 밀려와
네 자리 차지한
이곳에 눕다 보면

저녁노을 붉게 물든
가마 숯 벌겋게 피어오른
숯검댕이 사랑 붉게 타오른다

노을이 저무는 그곳엔
네온사인 불빛 아래 뉘인
연인들의 거리
쉬이 발길은 돌아설 줄 모르고

간혹 어두운 골목길에 새어 나온
불빛들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휘영찬 달 밝은 그림자와 만난다

밤하늘
별들에 반짝이는 너는
밤의 지배자

빈자리 메워가는
그 거리를
오늘도 서성이며  떠나온
발길 돌리려 대신하려 하지만

우리들 앞에 지는
저 붉은 노을 앞에 서면
태양의 마음이 지지 않는 나라에서
우리 다시 사랑하자

언제든지 찾아오는 
이별 앞에
기다림이 그 자리를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리움 앞에
이별의 승화가 될 수 있는

기다림의 끝이 없이 다가오는
저 붉은 노을은 
더 이상 내 슬픔이 아니다

슬픔이 찾아온 것은
그동안 기쁨이 잠시여서 이겠지만

사랑이 묻어난 것은
저 붉게 타오르는 붉은 노을이
저 하늘에서만 피어나서이다


2020.9.5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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