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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3. 2020

가을의 노크

- 가을의 문턱

가을의 노크
- 가을의 문턱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똑 똑 똑

가을엔 노크를 하게 하소서

하늘에서도
밤하늘 빛나는 별들에
티 없이 맑은 마음이기를 기도드리고

땅에서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경건한 마음이기를
두 손 모아 합장드리며

산에서 메아리쳐 들려오는
저 멀리 외쳐 불려본즉 하여

나의 목소리에
그대 마음 흔들릴 수 있도록

내  청춘에 못다 부른 소리가
그대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마지막 노래로 불러볼 수 있도록 하소서

밀려왔다 밀려오는
저 출렁이는 바다 위 파도의 사랑

사랑이라는 두 글자에
백사장에 그리다 만 글자를 써보고

파도에 실려 오는 너의 의미에  
바다의 마음을 알게 하여
기다리는 마음을 갖게 하소서

그리고 나의 마음 그대의 마음에서도
가을의 노크를 두드리며
문득 떠오른 그리운 얼굴 하나

부디 밤하늘 둥글게 솟은 달에
내 님의 환하게 웃는
그대이기를 간절히 소망드립니다

이렇게 나의 가을은
그대의 노크 소리에서 시작되게 하소서

사랑보다 먼저 온
가을이 무르익어 갈 때쯤

이 가을에 마지막 쓰다만
내 인생의 노트에
그대의 연필로 쓸 수 있는
마지막 마음이기를 소원합니다

그대의 가을이
지금쯤 어디까지 왔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그대의 여름 지난
다가올 가을은
이렇게 부르게 하소서

이 가을을

가을이라 부를 수 있게 하고
그대의 지난여름에 아껴둔
더 이상 인내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고갈되었다고 말하지 말아 주소서

나의 가을은
소리 없이 다가오지만


그대의 가을은 낙엽 밟는 소리에
놀란 어린 사슴의
애수에 젖은 두 눈 반짝이는 눈망울에서

올 가을의 늦은 마음에
작은 촛불을 켜는
기다리는 마음의 준비가 되게 하소서

떨어지는 마지막  만추에 매달린
겨울 찬바람 불어와도
흔들려 버릴 것 같은 마음이 아니기를

불어오는 가을바람이
그대 곁에서  
곤히 잠들게 할 수 있도록

다가올 찬바람 불어오는 겨울엔  
따뜻한 마음이 함께하며
이겨내고 견딜 수 있는
사랑의 눈을 내려 주게 하소서


2020.9.10  치악산 둘레길 2코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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