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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08. 2020

죽은 참새 한 마리

- 어느 이의 지나가는 마음

죽은 참새 한 마리
- 어느 이의 지나가는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여명이 오기 전
출발 한 첫 기차는


모든 것을 채우며
싣고 떠나기에
부족함이 아직도 많았다

그대의 모든 것을 싣고
떠나려 한다는 것이
나의 크나 큰
욕심인 줄 몰랐다네

때가 되고
그날이 다가오니

그대는
두둥실 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벗 삼지만

사랑이 너무 깊은 걸 알았어
그 마음을 헤아리고
들춰내기에
내 마음은 너무 슬프다

가슴이 아직 식지 않은
참새 한 마리

가는 이의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면서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행여 지나가는
발길에 치일세라
가던 길을 멈추지만

무심코 바라보았던 나
내면 속에서 꺼지지 않는
불씨가 되살아 났다

그 길가 옆 정원에
고운 흙 손으로 묻었다

나의 고운님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이 한잔의 술은
지금의 그대와 함께 잊기에
너무 힘들답니다


2020.9.8  치악산 자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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