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불어오는 치악에 오르면

- 가을바람이 가을 가을이라 말하네

by 갈대의 철학
치악산 향로봉에서 가을바람

가을바람 불어오는 치악에 오르면

- 가을바람이 가을 가을이라 말하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바람 불어오는

치악에 올라

바람 불어오는 곳을 향해

마주 섰다


바람이 나를 응시하기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바람의 장벽으로

손바닥을 펴 보이며

불어오는 바람의

흐름을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와


나의 머릿결

나의 이마

나의 눈

나의 귀

나의 입까지


얼굴 전체를 감싸며 어루만지듯

바람의 저항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고 항명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바람은 바람일 뿐이라며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온몸으로 바람의 저항을

뿌리쳐 보기로 했다


잠시 후 나는

어느 불어오는 부드럽고 감미로운

외딴 바닷가의 소리가 들려오고

이윽고 파도소리가

귓전에 메아리쳐 들려왔다


가을 야생화 꽃이 피기 시작하였다

작은 것에 아름다움 이란 그런 걸까


그렇게 세차게 바람이 불어와도

너희들은 바람의 저항을 받지 않고

항거할 필요도 없고

항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낮음의 미학


바람이 차다

올 겨울은 일찍 옮을 느낀다

나는 그렇다고 불어오는 바람을

외면하지도

그렇다고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의 방향은 언제든지

기류 따라 바뀌지만

나의 바람은 늘 희망적이다 못해

갈구하는 하이에나가 될 뿐이다


자 보아라

불어오는 저 바람의 끝을

난 그저 그 바람을 맞을 뿐이며

헤쳐나갈 뿐이다


머지않아 바람의 인내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다


그때는 내가

불어오는 바람에

용기 있게 잘 견디고

버터 왔다는 현실감에서

내 의지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고둔치 계곡
멧돼지가 파헤친 터

2020.9.11 치악산 향로봉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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