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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Sep 19. 2020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 것들

-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것들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말아야 것들
-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것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오는 마음 앞에
우리는
시들어져  버린 지난 여름날을
얼마나 사랑했을까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갈대에
마음을 빼앗기고 찾아 떠나는 마음

바람이 불어온다

잔가지가 흔들릴 정도의
바람이 불어와야
흔들리는 네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나뭇잎 하나 흔들려 버릴 정도로
바람이 불어오는 네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내 자존심의 무게와
수심이 모를 깊이에
낚시 봉돌을 다는 거와 같다

갈대의 노래에
누가 흔들리어 심금을 울리려나

갈대의 마음을
누가 순정이라고 말하려나

갈대의 사랑을
누가 여심이라 부르려나

불어오는  바람이라면
나는 그렇게

처절하게 울부짖지 않는


지난가을의
네 기억을 더듬어 볼 것이다

솔바람이라도 불어올 테면
갖은 교태와 아양을 떠는
나부끼는 잎새에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기를 바라본다

바람이 불어주지 않기를 기다리는
마지막 낙엽의 위태로움을
나무의 마음을 너는 모른다

너는 창공의 태양을 가르는
흰 나래를 펼친 학의 비상의 마음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만이
네가 가진 전부가 아니다

태양의  햇살 아래
이리저리 힘 겨워하지도 않는

봄 햇살의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햇살에 언제나 네 모습은
은빛의 마음이 될 때가

네가 지금껏 살아온
내 삶의 일부분으로 다가선 너였기에
나는 더 이상
갈대의 마음을 지니지 않았었다

단지,
갈대의 철학의 길을 걸어갈 뿐이라면서

이 가을 녘에 불어오는
바람 한 점에
흔들려도 인내할 수 있는

용기를 내려 주소서


2020.9.19 섬강 들녘을 거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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