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갈대의 철학 Nov 04. 2020

망자의 꽃(개망초)

-  인내의 꽃(망초대)

망자의 꽃(개망초)

-  인내의 꽃(망초대)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서리가 내렸다

겨울의 길목에 들어선다


나의 마음에도 내리고

누가누가

서리에 더 강하나

누가누가

인내를 잘하나


바람이 불어오기 전에  

비가 내리고

서리가 내리고 난 후에도

너는 얼지 않았다


그러한

봄에 안개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다


하늘에서 눈이 내릴 때

네 모습은

더욱 햇살에 빛이 나고

아름다운 이유가 되어갔다


그래서 나는 너를

어릴 적  마음은

우리 엄니 좋아하던


봄에 새싹 돋아나면

새순 뜯어 봄나물 데쳐먹고


그 고운 꽃다운 나이

18세 시집오던 날 피어나던


내리는 눈처럼

하얀 꽃을 따다 말려

입에 한 모금 눈물 대신 물고


다음날 동창이 밝아올 무렵

너의 마음은 새벽에 밀려오는

안개꽃이 되어갔다


나는 나는 너를 위해

춘삼월에

진달래가 피고 지고 난 후

그 꽃을 꺾어다


내 그리운 언덕 위에

사뭇힌 마음 망자를 달래는

꽃으로 태어나리


지금은

봄에 꽃비가 날려도

만추에

떨어지는 낙엽이 쌓여가도


서리가 내리면

서리꽃이 텔테야


흰 눈이 내리면

눈꽃이 될 테야


그러다 울다 지치면

는 다시

상고대로 피어날 테야


나는 나는

못다 이룬 마음 하나

무덤가에 피어난

마음 들춰내어


망자로 가는 이 길이

외롭지 않고 수북이 쌓여갈

이듬해

따뜻한 봄날이 올 때면


그 마음 하나 지키려

사시사철

그 모진 마음 감내하는

꽃으로 다시 피어날 때


는 망자의 꽃을 달래고

인내를 달래는

망초대 꽃으로 다시 피어나리


2020.11.4 둔치에서

매거진의 이전글 치악산에 달 떠오르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