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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이 가을 앓이 할 때

- 노송은 늙지 않는다

by 갈대의 철학

계곡이 가을 앓이

- 노송은 늙지 않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백운산 흰 자락에 떠내려온

낙엽 한 장 건져

실버들 개천가 따라 올라서니

님 그림자 남겨두고 떠나온 그곳이

바로 단풍 절세가 이곳인가 하더라


수북이 떨어진

낙엽들의 잔치가 끝나가면

즐거운 비명 소리는

백운 계곡 심장에 울림이 되어가는

퇴적된 낙엽의 마음이

곧 번민의 무덤이 되어간다


깊은 암자 가부좌에

한 줌의 햇살 내비치는

어느 노승에 비친 반야의 깨달음은

심곡이 울림이 되어가고


한적한 고요한 이 산사를

누비며 깨우는 것이

비단.

네 몫을 남겨두고

떠나온 것만은 아니었다


이곳에 오면

그해 여름날 신록의 푸르름에

두텁게 입고 떠나온 마음들


다시금

원시 상태의 마음이 되어가는

전라가 안겨줄 미덕에

이 계곡은 지금도

가을 앓이가 한창 잉태 중이다


울창한 낙락 장소에

둘러싸인 몸이여


과연 그대는

번민을 빙자한

네 몸에 둘러싼 성채인가 하노라면


노송은 늙지 않고

노승은 쉬지 않는다


그리고 노승의 반야 독송에

떨어지는 낙엽이

바로 해탈의 마음이라 말하리


그리고 그곳에서

오랜 세월 탓에

바람 탓에

눈 그리고 비를 일구는

하늘 탓을 하더라도


적막한 산채에 메인 몸이면

어떡하며

이른 새벽 반야의 종소리가

나를 이곳에 입적하게 만드니


해탈의 문을 두드리면

나는 그 문에

두 손 합장에 입 맞춤하여

더욱 고뇌의 흔적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떨어지는 계곡의 물소리

한 방울 두 방울에 낙수 된 의미들

고요한 마음에

큰 파동의 독송을 일궈내고


내가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주려

땅거미 지는 석양에

내비치는 마음을 한 가슴에 품으리


그리고

더욱 깊어가는 가을을 예고하듯

다가올 마음의 준비도

하염없이 내릴 듯 말 듯하는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에

대웅전 처마 끝에 풍경소리가

기다림의 종소리로 울려 퍼질 때


그때가 바로

고요한 천은사 깊은 산속에 들려오는

떨어진 심온의 낙숫물 한 방울에

정화수 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너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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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2 천은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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