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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13. 2020

계곡이 가을 앓이 할 때

- 노송은 늙지 않는다

계곡이 가을 앓이  때

- 노송은 늙지 않는다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백운산 흰 자락에 떠내려온

낙엽 한 장 건져

실버들 개천가 따라 올라서니

님 그림남겨두고 떠나온 곳이

바로 단풍 절세가 이곳인가 하더라


수북이 떨어진

낙엽들의 잔치가 끝나가면

즐거운 비명 소리는 

백운 계곡 심장에 울림이 되어가는

퇴적된 낙엽의 마음이

곧 번민의 무덤이 되어간다


깊은 암자 가부좌에 

한 줌의 햇살 내비치는

어느 노승에 비친 반야의 깨달음

심곡이 울림이 되어가고


한적한 고요한 이 산사를

누비며 깨우는 것이

비단.

네 몫을 남겨두고

떠나온 것만아니었다


이곳에 오면

그해 여름날 신록의 푸르름에

두텁게 입고 떠나온 마음들


다시금

원시 상태의 마음이 되어가는

전라가 안겨줄 미덕에

계곡은 지금도

가을 앓이가 한창 잉태 중이다


울창한 낙락 장소에 

둘러싸인 몸이여


과연 그대는

번민을 빙자한

네 몸에 둘러싼 성채인가 하노라면


노송은 늙지 않고

노승은 쉬지 않는다


그리고 노승의 반야  독송에

떨어지는 낙엽이

바로 해탈의 마음이라 말하리


그리고 그곳에서

오랜 세월 탓에

바람 탓에

눈  그리고 비를 일구는

하늘 탓을 하더라도


적막한 산채에 메인 몸이면

어떡하며

이른 새벽 반야의 종소리가

나를 이곳에 입적하게 만드니


해탈의 문을 두드리면

나는 그 문에

두 손 합장에 입 맞춤하여

더욱 고뇌의 흔적을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떨어지는 계곡의 물소리

한 방울 두 방울에 낙수 된 의미들

고요한 마음에

큰 파동의 독송을 일궈내고


가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주려

땅거미 지는 석양에

내비치는 마음을 한 가슴에 품으리


그리고

더욱 깊어가는 가을을 예고하듯

다가올  마음의 준비도 

하염없이 내릴 듯 말 듯하는


불어오는 한 점의 바람에

대웅전 처마 끝에 풍경소리가

기다림의 종소리로 울려 퍼질 때


그때가 바로

고요한 천은사 깊은 산속에 들려오는

떨어진 심온의  낙숫물 한 방울에

정화수 한 그릇에 담긴 의미를

너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2020.11.12  천은사 가는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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