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떠난 자리에는

- 낙엽만이 수북이 쌓이는구나

by 갈대의 철학

가을이 떠난 자리에는

- 낙엽만이 수북이 쌓이는구나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가을이 떠난 자리에는

무엇으로 채울까


너의 마음

너의 의미


가을이 떠나가네

가을이 떠나려 한다


가을이

봄 여름 지나


엊그제 일에

따라만 와야 했던

피난길이 돼버린 지금


이제야 떠나려 하는 것은

또다시

누구를 불태우려

떠나려 하는가


정열의 시간이 부족하여

사랑의 시간들이 모자라서

모두 태우고

재로 남으려 하는 너는


그저 밟혀야 자지러지고

숨소리 조차

거부할 수밖에 없어


눈 내리는 하얀 설원에 덮여

내 살아있는

존재의 의미가


이듬해 따뜻한 봄날에

그 긴 겨우내 눈이 녹아

모질었던 모생의 삶이


곧 지금까지 버티고 살아남은

이유가 되었어야 하였는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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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6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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