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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갈대의 철학 Nov 05. 2020

우리 이제 지나치기로 해요

- 예전의 마음

우리 이제 지나치기로 해요

- 예전의 마음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그대

치악산 고둔치 오르는 길에

그대 비슷한 사람 만나면


긴가 민가 망설이지 말고

한 번쯤 고개 들어

무심코 파란 가을 하늘을

올려다 보아


그럼

그 모습이 그대이기를


아 저 멀리서

그댈 보았어요


제  발걸음이

멈칫해야 하는데

그대가 먼저

나를 알아보았나요


아닐 거예요

단풍잎 사이로

어렴풋이 보일라치면


단풍숲에 일찌감치

감취진 내 모습이었는데

그럴 리가 없을 거예요


다만 한 가지

수상쩍다 여기려면

제모습이 늘 그러하듯

멍하니 빈 마음에

하늘을 올려다볼 때였을 거예요


그러나 싫지는 않았어요

내 앞서는 사람

서는 사람 사이에

내가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미심쩍다 싶으면

우리 둘이

그냥 지나치기로 해요


거의 정상에 도착할 때쯤

예전에 우리

하늘을 올려다보았듯이

스쳐 지 날 때쯤이면 


고개 들어

그대가  먼저 알아보면

내 발길은 거기서 멈추겠어요


그렇지 않고

타인의 눈을 의식하듯

아쉬움에 고개 숙이면


그때는 그 마음이

예전에 마음이

아니라는 것으로 알겠어요


우리 예전의 마음

사랑했던 마음이 남아있으면

우리 이제

서로가 타인이 되어가듯이

그냥 지나치기로 해요


2020.10.31 치악 금대트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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